세월호 기억공간, 일단 시의회로…화두로 떠오른 '대안 찾기'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홍순빈 기자 2021.07.27 16:00
글자크기
세월호 유가족들이 2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유가족들은 이날 기억공간 내 물품을 서울시의회에 마련된 임시공간으로 직접 옮겼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세월호 유가족들이 2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유가족들은 이날 기억공간 내 물품을 서울시의회에 마련된 임시공간으로 직접 옮겼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기억·안전 전시공간'(기억공간) 해체를 놓고 격화된 서울시와 유족 간의 대립이 일단락됐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이 중재에 나선 가운데 유족 측이 기억공간을 시의회에 임시 이전하기로 했다.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 광화문광장 공사 이후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자는 유족 측의 요구에 서울시는 건물 등 별도 공간을 설치하는 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기억공간을 광화문광장에 존치하는 방안에 힘을 실어주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서울시와 유족 측은 27일 광화문광장에 있는 기억공간 해체에 합의했다. 기억공간이 광화문광장을 떠나는 건 7년 만이다. 기억 공간 내 물건들은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에 임시 이전하고 목조로 만든 건물은 해체해 우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협의회)가 안산시로 가져갈 계획이다.

당초 서울시는 전날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할 계획이었으나 유족 측 요청에 따라 유예했다. 대치 상황에서 정치권의 중재로 유족 측이 우선 철거를 수용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서울시의 철거 통보에 지난 23일부터 반대농성을 벌여온 협의회는 전날 송영길 민주당 대표, 김인호 시의회 의장 등과 함께 면담을 했고, 같은날 밤 유족 측은 임시 이전을 결정했다.



일단 표면화된 갈등은 봉합됐다. 하지만 서울시와 유족 간의 입장 차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유족들은 시의회 민주당의 도움으로 광화문 재구조화 공사 이후 대안공간 마련 관련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유족들은 광화문광장 공사 이후 세월호 관련 공간 조성 등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유경근 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억공간을 해체해서 안산으로 가져간다고 해서 기억공간을 (영구적으로) 안산으로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저희는 여전히 재구조화 사업 이후 취지에 맞는 공간 등이 이곳에 들어서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종기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으로 광화문 조성 공사가 끝나고 난 뒤 어떻게 다시 기억의 역사를 오롯이 이 광장에 담아낼 것인지 고민해주시길 요청드린다"며 "오늘 이 자리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시의회 민주당은 새로운 광화문광장이 조성된 뒤에 세월호와 촛불혁명 등을 기억할 수 있는 기념물을 세우는 방안 등을 놓고 서울시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이현찬 시의원은 광화문광장에 기억공간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서울시는 유족 측이 기억공간을 자진 해체한 것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광화문광장 공사 이후 세월호 관련 공간을 따로 조성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방침이다.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광화문광장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월호의 희생과 유가족의 아픔을 기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오늘 유가족의 결정은 세월호 기억 및 안전 전시 공간의 '존치'나 '철거 후 재설치'보다는 '광화문광장의 온전한 기능 회복'을 원하는 서울시민 다수의 확인된 의견에 부합하는 지혜로운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지방 선거를 앞둔 만큼 새로운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관련 공간 마련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유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가 정치적 공방으로 흘러가는 걸 우려한다고 밝혔지만 범진보권 인사들은 공간 보존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 기억공간을 찾아 "세월호 기억공간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평화적 촛불집회를 통해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바로잡았던 공간"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공간 보존을 촉구했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같은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의 철거 방침에 대해 "정치 행위"라며 "(공간을)최대한 지켜내고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공간 재배치는 여론의 향배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의 찬반이 갈리고 있어 광화문광장 공사가 끝날 때 까지 지난한 논의를 끌어갈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당초 10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설계변경으로 1~2개월 정도 혹은 내년 봄까지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의회 관계자는 "광화문광장 공사가 더 늦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우선 철거를 수용했지만 앞으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오 시장과 면담을 추진해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세월호 유족을 포함해 시민들의 뜻을 모은 대안을 찾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