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규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학계에서는 이 창업 유형을 실리콘 밸리 모형이라 이름 짓고, 전체 창업 생태계에서 1% 기업만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추산한다. 99%를 이루는 대부분의 유형은 카페·치킨집 창업 등으로 대표되는 생계형 창업이거나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소소하게 영리 활동을 하는 비정규 창업이다.
주부 A씨는 육아 5년차에 접어들며 아이들을 키우는데 필요한 물리적 시간이 줄었다. 여유시간에 미술놀이 키트를 직접 만들어 아이들이 갖고 놀게 했고 이 모습을 소셜 미디어에 올려 미술놀이 키트를 한 달에 2~3회 판매한다. 중견기업 B차장은 최근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열었다. 가끔 도난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만 퇴근 후 짬을 내면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라 만족하며 무인점포를 운영 중이다.
A씨는 소셜미디어에서 무료로 제품을 홍보했고,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B차장은 직접 점포를 지키거나 매장 직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양손잡이 창업가들은 전업을 포기하면서 창업하지 않는다. 오른손으로는 익숙한 일(본업)을 하고, 왼손으로는 디지털 기반으로 도전적인 일(창업)을 할 수 있다.
양손잡이 창업은 제2의 소득원을 갈망하는 시대정신 속에서 태동한 현상이다. 앞으로 양손잡이 창업가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주식투자 사례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주식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지인들이 뜯어말렸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필수적인 부가소득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양손잡이 창업의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