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부모에 사형을" 수천장의 탄원서, 뜨거웠던 항소심[서초동살롱]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1.07.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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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2021.5.14 /사진=뉴스1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5.14 /사진=뉴스1


"장XX, 안XX에게 사형을 선고해주세요"

서울고법에서 생후 16개월 된 영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하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모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이 끝나자 '정인아 사랑해' '양부모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등의 플래카드를 든 사람들이 법원 앞으로 모여들어 양모 장모씨의 국선변호인을 둘러싸고 구호를 외쳤다.

최고 기온이 37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이었다. 바깥에서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얼굴에 땀이 자연스레 맺혔다. 그곳에 모인 시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서울 곳곳에서, 대구에서 올라와 땡볕에 서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떠나간 변호인의 뒷모습을 보고 입을 막고 눈물을 참는 시민도 있었다.



법원 앞에는 시민들이 가져온 다양한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양부모의 법정 최고형 선고를 위해 진정서 쓰기에 힘을 모아달라"는 문구였다. 첫 재판이 진행된 오늘까지 서울고법에는 200건의 탄원서와 3468건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그 중 대다수는 '엄벌탄원서' 혹은 '엄벌진정서'였다.

이 사건에 접수된 서류는 크게 진정서, 탄원서, 엄벌진정서, 엄벌탄원서의 네 가지로 나뉘었다. 문서를 작성해 제출한 사람이 명칭을 기재하는 대로 전산에 입력돼서다. 그러나 내용이 같다면 문서가 가지는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법원 관계자는 "이 서면들은 모두 대한민국 헌법 제26조 청원법에 따른 청원문서"라며 "형사소송법상으로 이런 명칭의 서면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재판부에 청원한다는 의미 외에 특별한 구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청원의 내용이 피해자로서 진술 신청의 취지나 처벌불원의 취지라면 실질적인 내용에 따라 달리 처리될 수도 있다"며 "따라서 문서의 '제목'보다는 실질적인 문서상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같은 문서의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법원 관계자는 "진정서 등이 판결에 미치는 영향은 사건별로, 상황별로 다르다"며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실 엄벌탄원서의 법적 효력은 없다"며 "다만 그런 것들이 누적되면 사회적 합의가 바뀌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사회의 분위기를 바꿔놓으면, 이것이 결과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재판부는 오는 8월 13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고 피고인과 검사 측이 신청한 증인의 채택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청원권 행사에 특별한 접수 시기의 제한은 없으니 앞으로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진정서와 탄원서들이 더 접수될 것이다. 접수된 수천건의 문서들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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