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가 전날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무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이번 인수전과 관련해 반독점 심사를 진행하는 총 8개국 가운데 7개국이 승인을 결정했다. 미국, 유럽연합, 한국, 대만, 브라질, 영국, 싱가포르가 승인을 결정했고 현재 중국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문제는 최근 SAMR이 굵직한 반도체 기업 인수 때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승인 절차를 미루거나 불허한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퀄컴의 NXP 인수 무산도 중국의 승인 지연이 빚은 사고로 평가된다. 심사를 진행한 9개국 가운데 중국 정부가 유일하게 승인 절차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퀄컴은 2018년 7월 NXP 인수를 취소했다. 계약 무산으로 퀄컴은 NXP에 위약금 20억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유독 중국이 심사를 지연하는 배경이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지난 3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인수 포기 발표 직후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의도적으로 심사를 지연시켰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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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SAMR가 지난 6월 매그나칩 인수 계약을 승인 신청 한달여만에 승인한 것을 두고 이중잣대라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그나칩은 지난 5월7일 인수 계약 승인을 신청한 지 한달여만인 지난 6월21일 승인 결정을 받았다. 매그나칩은 SK하이닉스 시스템반도체 사업부에서 분사돼 미국계 자본에 매각됐다가 올 3월 중국계 사모펀드운용사 와이즈로드캐피탈과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한 인사는 "중국계 펀드의 반도체 기업 인수와 한국·미국 등 다른 나라 기업에 적용하는 이중잣대가 드러난 것"이라며 "시장 영향력이나 인수 규모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SK하이닉스나 인텔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시간을 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현지 대형 법률 자문사를 동원해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독과점 우려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이 불허할 명분이 적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중국이 순순히 인수 승인을 내주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커다란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