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배송이 아닌 퀵커머스로 해외시장 승부 거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1.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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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진출한 쿠팡. 사진에서 쿠팡은 '10분 내 신선식품과 필수품 배송완료' 등 대만 내에서의 서비스 내용을 설명한다. /사진=플레이스토어대만에 진출한 쿠팡. 사진에서 쿠팡은 '10분 내 신선식품과 필수품 배송완료' 등 대만 내에서의 서비스 내용을 설명한다. /사진=플레이스토어


'로켓배송'을 앞세워 국내 e커머스 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쿠팡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일본에 이어 이달 대만에 진출하며 글로벌 e커머스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해외시장에서는 로켓배송이 아닌 퀵커머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주목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9일부터 대만 타이베이(臺北)시 중산(中山)구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저렴한 배달비에 빠른 속도 덕이다. 현지 매체를 중심으로 오는 8월 내 대만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4~5개의 창고를 추가해 서비스 지역을 늘릴 것이란 보도도 이어진다.



쿠팡이 대만에 진출한 건 '퀵커머스'(Quick Commerce·즉시배송) 형태다. 퀵커머스는 기존 로켓배송의 당일배송·익일배송을 넘어 생필품·신선식품 등을 소비자가 주문한 즉시 배송을 시작해 30분~2시간 등 단시간에 완료하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쿠팡은 훨씬 시간을 줄여 '10분내 배달완료'해주겠다고 홍보했다. 실제 대만에서는 쿠팡에서 배달을 시킨 뒤 단 10분 내에 배송을 받았다는 후기가 이어지며 인기가 치솟고 있다. 배송료도 19TWD(780원)에 불과하다.

쿠팡은 앞서 지난 6월부터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에서도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과 대만 모두 '퀵커머스' 형태로 진출한 셈이다. 쿠팡이 본래 강점을 가진 로켓배송 대신 퀵커머스를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지속적인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집콕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배송시키는 수요가 높아졌다. 당장 다음 식사에 먹을 식재료가 필요해 주문하는 식이다.

대만에서도 그렇다. 대만 미래유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신선식품 및 식품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대비 21.5% 증가해 전체 e커머스 성장률(16.1%)을 웃돌았다. 올해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에서는 지난 5월 중순 이래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며 '집콕'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만에서는 우버이츠, 푸드판다 등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지난 4월 싱가포르 e커머스 '쇼피'가 '쇼피프레시'를 론칭해 '4시간 내 배송 완료'를 내걸었고 이달 피씨홈, 모모쇼핑닷컴 등도 4~5시간 내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쿠팡은 크게 낮은 배송료, 최저 배달금액 미설정, 매우 신속한 배송 등을 통해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방침이다.


쿠팡이츠 마트 배달 오토바이가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쿠팡은 쿠팡이츠 마트를 통해 국내 퀵커머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21.7.14/뉴스1  쿠팡이츠 마트 배달 오토바이가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쿠팡은 쿠팡이츠 마트를 통해 국내 퀵커머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21.7.14/뉴스1
만일 쿠팡이 해외에서 '로켓배송'을 구현하려면 한국에서와 같이 대형 물류센터를 수십개 지어야한다. 반면 퀵커머스는 도심내 창고형 물류거점을 통해 서비스가 이뤄지는데, 이 물류거점은 보통 사무실 수 개 정도 크기가 대부분이다. 투자 비용이 적게 들고 증축에도 별 다른 시간이 소요되지 않아 보다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서비스 지역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쿠팡이 향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진출에서도 퀵커머스로 우선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에서는 현지의 최고운영책임자, 물류·리테일 부문 대표 등을 모집하고, 물류·마케팅·정보기술(IT) 부문 등에서 실무자와 임원 등을 뽑았다.

쿠팡의 해외 진출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쿠팡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당시 쿠팡은 김 창업자가 뉴욕 상장 법인인 쿠팡Inc의 최고경영자(CEO)·이사회 의장직에만 전념해 '글로벌 경영'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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