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이라도 닮고 싶다"…韓게임사 롤모델은 디즈니?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1.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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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디즈니 출신 인사 잇단 영입…글로벌 IP사업 박차
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도 엔터사업 확대…"亞 디즈니 목표"

김정주 NXC 대표 /사진=넥슨김정주 NXC 대표 /사진=넥슨


"디즈니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다.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

김정주 NXC 대표는 2015년 넥슨 창업기를 담은 책 '플레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의 월트디즈니 사랑은 게임업계에서 유명하다. 그는 "게임은 재밌는 콘텐츠지만 누군가에겐 '불량식품'"이라며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디즈니를 롤모델로 꼽았다. 넥슨이 디즈니 출신 인사 2명을 영입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올해 디즈니 출신 인사 2명을 영입했다. 디즈니 최고전략책임자(CSO) 출신인 케빈 메이어를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한 데 이어, 10년간 디즈니의 기업전략과 사업개발을 맡아온 닉 반 다이크를 수석부사장 겸 CSO로 선임했다. 닉 반 다이크 수석부사장은 넥슨이 신설하는 '넥슨 필름&텔레비전' 조직을 총괄한다.



넥슨은 미국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 넥슨 필름&텔레비전을 설립, '던전앤파이터'·'바람의나라'·'메이플스토리'·'카트라이더' 등 대표 IP를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 닉 반 다이크 부사장은 세계적인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에서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스카이랜더스'를 각각 영화·드라마로 제작해 성공시킨 인물이다.

넥슨이 지난해 투자한 미국 완구회사 해즈브로와 일본 게임사 반다이 남코·코나미·세가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과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닉 반 다이크 수석 부사장은 오리지널 IP의 구독자를 늘리고 참여도를 확대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깊다"라며 "가상세계 기반으로 넥슨 핵심 사업을 확장하는 글로벌 전략을 총괄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도 '亞 디즈니' 꿈꾼다
게임 '배틀그라운드'에 등장한 배우 마동석 캐릭터 /사진=크래프톤게임 '배틀그라운드'에 등장한 배우 마동석 캐릭터 /사진=크래프톤
디즈니를 롤모델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하는 게임사도 늘고 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면서 기업가치 비교 대상으로 디즈니를 꼽은 크래프톤이 대표적이다. 크래프톤은 대표게임 '배틀그라운드'의 IP를 활용한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연달아 공개하며 엔터 사업 확대 신호탄을 쐈다. 영화 주연을 맡은 배우 마동석 캐릭터가 게임에 등장하는 등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이영도 작가의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도 게임·영화·드라마 등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아시아의 디즈니를 꿈꾸는 건 총쏘기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개발사 스마일게이트도 마찬가지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이사장은 2019년 전북대에서 열린 창업 토크쇼에서 "예전엔 기업가치 100조가 넘는 회사가 되고 싶었으나, 현재는 전세계 사랑을 받는 IP를 가진 디즈니 같은 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임 캐릭터와 스토리가 사랑받아야 롱런한다는 판단에서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 IP로 만든 e스포츠 드라마 '천월화선'을 선보여 조회수 18억회를 기록했다. 이를 발판삼아 할리우드 제작사 오리지널필름, 배급사 소니픽처스와 계약을 맺고 크로스파이어 영화도 제작 중이다. 중국 쑤저우에 있는 쇼핑몰에 크로스파이어 테마파크도 열면서 디즈니식 사업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드라마로 만들었더니 돌아온 전성기…게임 IP성공 가능성 높다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드라마로 만든 '천월화선'/사진=스마일게이트게임 '크로스파이어'를 드라마로 만든 '천월화선'/사진=스마일게이트
국내 게임사가 디즈니식 사업모델을 선보이는 이유는 기존 게임 팬덤을 확대하면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특히 '게임→콘텐츠→게임' 선순환 효과에 주목한다. 실제 크로스파이어 드라마가 방영된 후 게임을 다시 시작한 이용자는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고 신규 이용자도 10%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기 게임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용자 관심이 줄어드는데, IP를 활용한 콘텐츠가 흥행하면 게임 수명도 함께 느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에 관심이 없던 이용자도 영화·드라마를 접한 후 원작 게임에 관심을 두는 등 산업계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저변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흥행한 IP가 기반이어서 성공 가능성도 높다. 김아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전임연구원은 '게임 IP 활용 방안 연구'에서 "IP는 한계비용이 거의 없이 추가적 경제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성장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며 "타 영역으로 확장할 때도 IP에 대한 이용자의 충성도와 흡입력, 인지도를 활용해 확실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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