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도 협박도 없었다…이동재 전 기자 1심 무죄 판결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박수현 기자 2021.07.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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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이동재 전 기자 행위는 취재윤리 위반, 도덕적 비난 가능하지만 '강요 범죄'는 아니었다 판결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진=뉴스1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진=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캘 목적으로 이철 전 VIK 대표를 위협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법원은 이 전 기자가 취재를 한 것이지 협박은 아니고, '검언유착' 관계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유시민 취재'서 시작된 강요미수 사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이 전 기자와 백모 채널A 기자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유 이사장 취재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이 전 기자는 지난해 후배였던 백 기자와 함께 유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설'을 취재하고 있었다.



이 전 기자는 이 전 대표가 유 이사장과 신라젠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 보고 이 전 대표에 대한 취재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력이 있고, 유 이사장은 신라젠 측 행사에서 축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전 기자는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이철 전 VIK 대표 측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전 기자는 자신을 통해 유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공론화한다면 혹시 모를 검찰 수사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제보자X 지모씨의 등장…MBC의 '몰카' 취재
이 과정에서 이 전 기자는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한 지모씨와도 접촉했다. 이 전 기자는 지씨와 접촉하면서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는데, 지씨는 이를 MBC에 제보했다. 지씨와 MBC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장소에 이 전 기자를 불러 영상을 촬영, '검언유착' 이름을 붙여 보도했다. 지씨는 이 사건을 언론에 알린 '제보자X'가 됐다.

이후 검찰이 수사에 나서 이 전 기자, 백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유 이사장의 비위 의혹을 캐기 위해 자신이 검찰을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위세를 과시, 이 전 대표를 협박하려 했다고 본 것이다.

1심 법원 "이동재 편지, 확장 해석됐다"
그러나 홍 부장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기자가 편지에서 검찰 수사를 언급하는 식으로 이 전 대표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려 한 행위는 취재윤리 위반이 될 수는 있어도 협박은 아니라는 취지다.


홍 부장판사는 "(이 전 기자가 편지에서 언급한 이 전 대표의) 가족과 재산에 대한 강제수사는 부정적인 전망이지만 그 자체로서는 검찰과 연결된 구체적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편지에서 이 전 기자가 '향후 검찰 수사에서 이 전 대표가 엄벌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적은 부분에 대해서는 "신라젠 수사가 확대된다면 강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이 전 대표가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확장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가 이 전 기자의 발언 이후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겠다는 공포심을 느꼈다고 주장했지만 홍 부장판사는 이 전 대표의 주관적인 해석이고, 중간 전달자였던 지씨에 의해 취재 요청이 왜곡됐을 수 있다고 봤다.

1심 법원 "이철 대리인이 시켜 이철 협박? 성립 안 돼"
또 이 전 기자가 제보자X 지씨 앞에서 "제보를 안 하면 죽는다"고 발언한 점에 대해서는 "표현이 거칠지만 이 전 기자의 말은 유 이사장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더 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기보다, 신라젠 수사를 통해 이 전 대표의 형기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제보를 하면 (형기가) 줄어들 수 있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해당 발언은 유 이사장 관련 내용을 자신에게 제보해 최대한 불이익을 피하라는 뜻이지, 제보하지 않으면 자신이 이 전 대표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 전 기자가 지씨 앞에서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씨의 요구에 다른 행동이었다"라면서 강요 행위 자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지씨는 검찰과 신뢰관계가 있다는 것을 먼저 보여달라고 이 전 기자에게 요구했고,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과 통화한 녹취록을 꺼내보였다. 해당 행위가 강요가 된다면,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씨 요구에 따라 이 전 대표를 위협했다는 말이 되므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1심 법원 "취재윤리 위반은 인정…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라"

홍 부장판사는 이 전 기자의 취재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홍 부장판사는 "특종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대표를 압박하고 취재 정보를 얻으려 했다"며 "이런 행위는 취재윤리 위반이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라며 "형벌로 단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실과 정의를 쫓는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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