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소련 과학자가 예측한 '액시톤'...韓연구진 실온서 세계 첫 관측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21.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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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형성된 액시톤의 신호. 중앙의 동그란 부분이 액시톤 입자에서 방출되는 광전자 신호. 가로축은 광전자의 에너지, 세로축은 광전자의 운동량. /자료=IBS자발적으로 형성된 액시톤의 신호. 중앙의 동그란 부분이 액시톤 입자에서 방출되는 광전자 신호. 가로축은 광전자의 에너지, 세로축은 광전자의 운동량. /자료=IBS


국내 연구진이 에너지 손실 없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액시톤' 입자가 실온에서 형성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다. 발열 현상이 없는 전자소자 제작 가능성을 제시한 의미 있는 발견으로 주목받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16일 염한웅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과 케이스케 후쿠타니, 김준성, 김재영 연구위원이 저항없이 정보 전달이 가능한 입자 액시톤이 실온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다고 밝혔다.



액시톤은 자유전자와 양공(전자가 빠져나간 빈 자리로 +전하를 띔)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입자로 주로 반도체나 절연체 물질에 빛을 쏠 때 생긴다. 전하가 0인 액시톤은 물질 내에서 움직일 때 저항을 받지 않아, 에너지 소모(저항손실) 없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현재 실리콘 물질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전자소자는 전자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저항을 받으며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는 발열로 이어진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열이 발생하는 현상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동안 액시톤을 이용해 전자소자를 만들려는 시도는 많이 이뤄져왔지만, 액시톤의 수명이 매우 짧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수명이 긴 액시톤을 만들기 위한 연구도 진행된 적 있지만, 이는 영하 200~250도의 극저온 조건을 필요로 했다. 일상적인 환경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던 것이다.

연구진은 실온 상태에서도 수명이 긴 액시톤이 만들어지는 현상을 관측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1970년대 소련 과학 아카데미 연구진이 제안한 '액시톤 절연체 예측 이론'에 근거했다. 예측 이론은 특이한 전자구조를 갖는 반도체나 반금속(금속과 반도체의 중간 성질을 갖는 물질)에서는 높은 온도에서도 수명이 긴 액시톤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예견했다.

연구진은 반금속 물질인 셀레늄화니켈다이탄탈룸(Ta2NiSe5)을 고품질로 직접 합성한 뒤 이를 빛으로 자극해 액시톤 신호를 검출했다. 빛 자극을 받은 액시톤은 자유전자와 양공으로 붕괴되는데, 이때 액시톤을 구성하던 자유전자가 빛을 받아 튕겨져 나온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광전자 분광장치를 이용해 해당 광전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분석했고, 해당 광전자가 액시톤임을 확인했다.

염한웅 단장은 "세계 최초로 실온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액시톤 입자를 관측해 액시톤 절연체 예측 이론이 옳았음을 증명했다"며 "저항손실이 없는 메모리소자, 논리소자 등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16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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