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스웨덴 패러독스가 본격적으로 회자된 것은 2010년대 초반이다. 당시 R&D 혁신을 주제로 한 각종 포럼과 강연에서 반면교사의 사례로 스웨덴 패러독스가 단골메뉴처럼 등장했다. 진단은 달라도 처방은 늘 같았다. 우리나라가 스웨덴의 전철을 밝지 않으려면 R&D체계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연구 중심에서 사업화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R&D의 현주소는 어떨까.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5개 전체 출연연이 지난해 기술이전·양도·출자 등으로 벌어들인 기술료 수입은 1215억원이다. 연간 5조원에 육박하는 혈세를 투입하지만 기술료 수입은 예산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성과가 부진한 것은 민간에서 혹할 만한 돈이 되는 특허가 별로 없어서다. 전체 출연연이 보유한 특허 수는 4만4922건이지만 이중 기술실시 등에 활용된 특허는 1만6410건으로 36.1%에 그친다. 나머지는 미활용 특허(4655건, 10.2%)거나 사실상 활용 가능성이 희박한 특허(2만4574건, 53.7%)다. 보유특허 10개 중 6개 이상이 쓸모없는 특허이거나 장롱특허인 셈이다.
코리아 패러톡스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단기성과에 급급한 R&D정책 △부처간 나눠먹기식 예산집행 △공무원의 비전문성과 책임회피 △R&D 예산을 좀먹는 연고주의 등 과거의 낡은 관행과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R&D의 실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무늬만 특허를 양산하는 '국가 R&D 성과관리시스템'을 수요자와 사업화 중심으로 조속히 개편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선택과 집중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극일(克日)을 이뤄낸 것처럼 R&D과제 선정 때부터 민관연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연구 성과물의 사업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 겸직 제한 등 규제개선으로 기술을 가장 잘 아는 교수·연구원들의 직접 창업도 활성화해야 한다. 출연연이나 대학이 기술요람에서 창업요람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 중심으로 R&D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