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좋은 바이오기업을 구성하는 것들

머니투데이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2021.07.1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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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기업의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어떤 기업보다 이 기업이 더 좋다! 아니다. 이 기업을 투자자들이 알아보지 못한다" 이런 내용을 자주 접한다. 최근엔 비상장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A란 기업이 내년에 상장 예정인데, 정말 좋은 회사다"란 얘기도 자주 들린다.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제로 좋은 기업이 있을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그런 기업들은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기업을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가. 기술이전 실적이 많은 회사라면, 매출액 성장률이 높은 회사가, 이익률이 좋은 회사가, VC(벤처캐피탈)가 많이 투자한 기업이 좋은 바이오기업의 지표가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본질적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좋은 바이오기업의 구성요소를 필자는 3가지로 뽑는다. 팀워크가 좋은, 사업개발 경험이 있는 경영진이 가장 중요하고,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 글로벌 확장을 위한 좋은 특허를 보유해야 하며, 지금까지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경영진에 대해 생각해보자. 대부분 바이오기업은 완성되지 않은 파이프라인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사업을 영위한다. 자본이 있다 해도 앞으로 많은 난관을 뚫고 사업적 성취를 해나가야 하는데 여기에서 필요한 것은 팀워크다. 바이오산업의 특징이 아무리 소수정예가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이라 해도 혼자서 할 수는 없다.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실패와 고민이 그 회사의 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 서로를 존중하는 팀워크를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도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경영진이 과거 다른 기업이나 제약기업 등에서 성공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겸손한 리더십이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다.



흔히 특허로 대표되는 지식재산권에 대해 생각해보자. 기술기업일수록 건물이나 설비, 유통망보다 특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회사가 몇 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등록된 특허는 몇 건이 있으며, 해외출원이 얼마나 됐는가보다 회사의 핵심특허 청구항이 어떻게 구성되고 몇 개 특허가 서로를 보완하는가와 경쟁기업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그런 경쟁기업에 의해 무효화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 가능하면 FTO(Freedom To Operation) 리포트도 확보하기를 바란다. 파트너의 특허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 다국적기업들은 절대로 파트너링에 임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바이오기업은 특허만큼은 비용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세 번째는 지금까지 그 회사가 확보한 데이터다. 검증된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단계 예측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전임상 단계의 약효, DMPK(신약후보물질탐색), 독성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1상과 2상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임상2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3상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어려운 전문용어로 설명돼 있어도 충분한 연구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n수를 확보하고 경쟁기술과 비교자료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가끔 제3자를 통한 기술검증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좋은 바이오기업에 투자하거나 그런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다양한 고민이 필요할 때 위의 3가지 구성요소를 가지고 평가하면 어떨까 싶다.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려면 IR 담당자나 경영진에게 위의 각각에 대해 설명을 요청하고 그 대답이 합리적인 경우 실제 투자하기를 바란다. 파트너십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업과 기업이 파트너십을 맺고(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다), 좋은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회사를 응원한다면 더 좋은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대한민국에 좋은 바이오기업이 넘쳐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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