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중대재해 세부안…현장의 혼란·반발은 진행형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정현수 기자 2021.07.11 15:59
글자크기
'베일 벗은' 중대재해 세부안…현장의 혼란·반발은 진행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베일을 벗었지만 논란은 진행형이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과 마찬가지로 세부 내용을 담은 시행령 역시 노·사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특히 중대재해에 포함되는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두고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한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한다. 이 중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산업재해와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산업재해를 뜻한다.



여기에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산업재해'도 중대산업재해로 정의한다. 정부가 지난 9일 입법을 예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직업성 질병을 구체화한 것으로, 총 24개의 유형을 규정했다.

시행령안에 따르면 중대재해에 포함되는 직업성 질병은 화학물질로 인한 급성중독, 습한 곳에서의 업무로 발생한 렙토스피라증, 오염된 냉각수 등으로 발생한 레지오넬라증, 고기압 또는 저기압에 노출돼 발생한 압착증, 공기 중 산소 농도가 부족한 장소에서 발생한 산소결핍증 등이다.



여기에 B·C형 간염, 매독, 후천성면역결핍증, 열사병 등도 직업성 질병으로 규정했다. 사용자 측은 열사병 등의 경우 개인적인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과도한 규정이라고 반발한다. 아울러 직업성 질병 목록만 규정하고 질병의 중증도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중대산업재해의 적용 범위인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과 관련해 중증도와 치료기간의 제한이 없어 경미한 부상도 중대재해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기업인들에 대한 과잉처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직업성 질병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급성중독과 급성중독에 준하는 24개 항목만으로 한정하고 축소했다"며 "직업성 질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진폐, 난청,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은 직업성 질병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법 위반시 처벌이 따르는 만큼 중대 산업재해인지 논란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며 "뇌·심혈관계 질환 등이 포함될 경우 기저질환 있는 고령층, 가족력 보유자 등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계층에 대한 채용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적정한 예산'이나 '충실한 업무' 같은 내용도 불명확해 경영책임자가 준수할 의무를 예측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사용자 측은 현장 종사자의 안전의무 준수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 역시 아쉬운 대목으로 제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12일부터 40일 동안 입법예고한다. 직업성 질병 외에도 중대시민재해의 공중이용시설 범위를 구체화해 바닥면적 1000㎡ 이상 영화관, 학원 등 다중이용업소법상 23개 업종을 중대시민재해의 공중이용시설 범위에 포함했다.

안전보건교육 이수 의무 및 과태료 부과 규정도 구체화됐다. 교육내용은 안전보건 경영방안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주요 내용, 정부의 산재예방 정책 등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과하는 과태료는 규모별로 다르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1차 500만원, 2차 1000만원, 3차 1500만원이다.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1차 1000만원, 2차 3000만원, 3차 5000만원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