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운명적 대결..한국의 선택[광화문]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21.07.1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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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현지시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행사서 지도부들과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 위에 도열해 있다.   (C) AFP=뉴스1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현지시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행사서 지도부들과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 위에 도열해 있다. (C) AFP=뉴스1


세계 유일 초강대국을 두고 '명백한 운명'과 '필연적 운명'이 맞붙었다.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G2)이 왕좌를 놓고서 벌이는 싸움이 한층 격화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정치적이거나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운명론의 대결로까지 승화된 것이다.

최근에 필연적 운명론을 내세운 것은 공산당 창당 100년째를 맞은 중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사에서 "앞으로의 시대에 중국이 세계를 이끄는 것은 필연적 운명"이라고 천명했다. 중국의 '굴기'(우뚝 섬)에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는 호전적 발언까지 덧붙였다.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에 이어 홍콩과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에 이어 대만 문제 등까지 거론하는 미국을 겨냥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는 무력시위도 빠지지 않았다. 중국 헬기들이 공산당 100주년을 상징하는 100자를 공중에서 만들었고, 전투기 편대들이 7월 1일을 상징하는 71 형태의 대형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행사에 붙여 시진핑 주석은 "우리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유지해 갈 것이며 국가 방어와 무기 현대화를 가속화해야 한다"면서 '군사 굴기'도 강조했다.

사실 중국의 필연적 운명론 이전에는 세계를 선도한다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내세운 미국의 자부심이 있었다. 19세기 중반부터 등장한 이 이론은 본래 미국이 북미대륙 전체를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지배하고 개발할 신의 명령을 받았다는 주장이었다. 서부개척과 옛 멕시코 영토(캘리포니아 등) 병합, 알래스카 매입, 하와이 지배 등까지는 현재의 미국 영토 내에서만 유효한 것이었지만 이후로는 팽창주의와 결합되며 필리핀, 베트남, 남미 각국 등 여러 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의 구호와 명분이 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에 대립하던 소련(현 러시아)이 붕괴된 뒤로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경쟁상대가 없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죽의 장막에서 빠져나온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급부상한 뒤로는 이야기가 또 달라졌다. 이렇다할 대립없이 경제성장에만 몰두하던 중국의 통치자가 시진핑이 되고 미국에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충돌은 한층 격화된 것. 트럼프 대통령은 명백한 운명을 미국의 운명(America's Destiny)으로 한층 더 국수주의적 면모를 더해 끌어올렸다.

2017년 취임 당일부터 "무역, 세금, 이민, 외교에 관한 모든 결정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이뤄질 것"이라고 천명한 트럼프는 지난해 독립기념일(7월4일) 즈음에는 심지어 "바다 건너, 하늘까지, 심지어 별들에까지" 미국의 세계 선도의 운명을 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로 중국과 미국은 상대국 주재 주요 총영사관을 폐쇄하는 극한 갈등을 겪었다.

트럼프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고는 했지만 '이 나라는 특별한 나라'라는 언급을 다시 내놓았다. 러시아(구 소련)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미국과 유럽의 '군사 동맹'(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창립 72년 만에 아시아 국가인 중국에 화살을 겨누게 할 정도로 트럼프보다 더 세게 '중국 포위망'을 조여들어갔다. 중국의 반도체굴기를 겨냥하며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등을 향해 공격적인 미국내 투자를 주문하듯이 반도체 웨이퍼를 직접 들어보이기까지 했다.


양 초강대국의 운명론은 자국민들의 애국심 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희생을 수반한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을 끊임없이 강요받아야 하는 한국의 운명을 개척하는 것은 한국이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존중하려는 한국의 낭떠러지 위 한걸음 한걸음이 한층 조심스러워야할 이유다.
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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