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제왕절개 절대 안돼요" 산모 위급한데 자연분만 고집하는 시어머니

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에디터 2021.07.10 06:00
글자크기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캡처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캡처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슬의생2)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년지기 의사 동기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인데요.

지난 1일 방송된 3회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 석형(김대명 분)이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남편과 시모에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습니다. 산모의 위급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시어머니는 무조건 자연분만을 해야 한다고 우깁니다.



위급한 상황이라는 의사의 거듭된 경고에도 시모는 "자연분만해야 애가 똑똑하다는데 조금만 더 (시도)해보면 안되냐. 우리 때는 2박3일도 진통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이때 석형이 등장해 "지금도 많이 늦었다. 수술 필요하고 산모가 동의했으니 지금 수술 들어간다."는 한 마디를 던집니다.

실제 분만상황이라면 어땠을까요? 보호자인 남편과 시어머니의 동의없이 의사와 산모의 판단만으로 수술이 가능했을까요?



◇보호자 동의 없으면 수술 못한다?…천만의 말씀

자연분만이 어렵거나 위급한 상황이라면 의료진은 제왕절개를 권합니다. 이는 출산 전 산모 측에도 여러번 고지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제왕절개를 하면 아이 지능이 낮아지거나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풍문을 이유로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상황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주로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의 몫이죠.

제왕절개 수술에 원칙적으로 산모가 아닌 다른 보호자의 동의는 필요 없습니다. 환자는 본인 동의만으로 치료에 필요한 수술 등의 처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하지 못합니다. 보호자 동의가 없다고 수술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과 면허정지 1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됩니다. (의료법 제15조 제1항)


환자의 생사가 왔다갔다하는 응급상황에서는 환자 본인 아닌 의료인의 동의만 있어도 우선적인 의료 처치행위가 가능합니다. 응급의료종사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환자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했지만 해당 환자에게 반드시 응급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의료인 1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진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3조 3항)

현행법에 이런 명시적인 규정이 있음에도 의료진들이 보호자 동의를 이유로 수술 등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대부분 수술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겁니다. 혹시나 입원비를 내지 못하거나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 측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될까봐 필사적으로 보호자 동의를 구하는 거죠.

그러나 법은 오히려 보호자 동의를 이유로 수술을 거부한 의사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술 집도 거부로 인해 환자가 중태에 빠지거나 사망한다면 의사는 상해 혹은 살인방조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의사와 마찬가지로 응급수술에 끝까지 동의하지 않은 보호자에게는 부작위로 인한 범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데요. 부작위에 의한 범죄는 법적으로 어떤 범죄의 결과발생을 막을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범죄가 실행된 때 성립합니다.

◇제왕절개 동의 안한 남편과 이혼할 수 있을까

분초를 다투는 출산현장에서 자신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남편을 보는 산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배신감과 분노가 밀려올 만합니다.

민법은 여섯가지의 재판상 이혼사유를 규정합니다. 이 경우 법정 이혼사유 중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중대한 사유란 혼인의 본질인 원만한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돼 그 혼인생활을 강제로 계속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될 때를 말합니다.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므1689 판결)

남편의 자연분만 고집으로 인해 아내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악화돼 혼인생활이 파탄의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부부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 상황 등이죠.

만일 이혼 청구가 인용된다면 시모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도 고려해보는 게 좋습니다. 판례는 혼인 당사자 아닌 제3자가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결혼 생활을 파탄낸 책임이 실재하는 경우 제3자의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