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무르익은 '금리 인상' 타이밍

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평론가 2021.07.09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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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경제 평론가이종우 경제 평론가


미국에서는 주택가격을 파악하는 지표로 'S&P케이스-실러지수'를 많이 쓴다. 지난 4월 해당 지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6% 상승했다. 3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금융위기 직전 주택가격 최고치에 비해서도 25%나 높다. 다른 통계도 있다. 기존 주택 중간가격이 37만2000달러로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은 전국적으로 11.1%, 수도권이 12.5% 상승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부동산 가격이 두 자리로 상승한 것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둘이다. 하나는 물가 때문이다. 성장과 물가 중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물가다. 인플레이션은 소득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높은 물가로 고통받은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리고 있다.



또 하나는 자산가격이다. 2004년이 그에 해당한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1.0% 였던 기준금리를 2년간 5.25%로 올렸다. 오래전 얘기지만 1989년 일본의 버블이 붕괴된 원인에는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이 들어가 있다.

지금까지는 물가만이 금융정책을 정하는 기준이었다. 물가에 따라 금리를 올릴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건데 연준은 물가가 조만간 안정될 것이므로 금리인상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자세를 유지한다. 지금까지는 자산가격이 고려의 대상이 아니지만 조만간 중요한 정책결정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이 어느 정도 부담을 지는지를 파악할 때 '주택구입부담지수'를 쓴다. 지난 1분기 서울지역의 해당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166.2였다. 직전 최고치는 2008년 2분기의 164.8이다. 해당 지수는 소득의 25%를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쓸 경우 100이 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1분기에 빚을 내 서울에 집을 산 사람의 경우 월급의 42%를 상환금으로 쓴다는 의미가 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2008년 2분기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6%였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도 5%를 기록했다. 지금은 담보대출금리가 2.4%고, 정책금리는 0.5%에 지나지 않는다. 금리가 2008년의 3분의1에 지나지 않음에도 부담지수가 최고치를 넘은 건데 금리가 오르면 해당 지수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자산버블을 잡겠다고 나오는 게 이해가 된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버블이 더 커지게 방치했다가 붕괴가 일어나면 수습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조금 올린다고 불붙은 부동산이 잡히겠느냐는 냉소적 시각이 많지만 그렇게 볼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는 3926조원이다. 금리를 한번 인상하면 이자부담이 9조8000억원씩 늘어난다. 그만큼 소비여력이 줄어드는 건데 이런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나오는 걸 보면 자산가격에 대해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버블은 터지기 전에 대비할 수밖에 없고 그 방안의 하나가 금리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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