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신인류의 음악 1-제이콥 콜리어

머니투데이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숙명여대 교수 2021.07.06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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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겸 숙명여대 교수

노승림 숙대 교수노승림 숙대 교수


사적 공간을 동원한 랜선콘서트는 코로나 시대가 낳은 하나의 공연 트렌드다. 한데 코로나19 이전부터 자기 방을 무대로 삼은 뮤지션이 있다. 제이콥 콜리어의 데뷔앨범 'In My Room'(2016년)은 제목 그대로 영국 런던에 있는 그의 작은 방에서 제작됐다. 작곡과 편곡, 연주, 녹음, 편집까지 방에서 혼자 해결했다. 광각렌즈로 찍은 앨범 커버는 방 전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벽면을 둘러싼 여러 대의 현악기와 방 한편에 세워놓은 큼직한 더블베이스, 키보드들과 국적불명의 다양한 타악기까지 수십 가지 악기가 그 좁은 방을 채우고 있다. 모두 콜리어가 어린 시절부터 연주한 악기들이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어머니가 이 방을 마련해준 것은 콜리어의 나이 두 살 무렵이었다. 비범한 재능을 보이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물었다. "피아노 선생님을 소개해줄까." 아이는 거절했다. "천천히, 내 맘대로 놀아볼래요." 그렇게 콜리어는 정규교육 없이 악기들을 하나하나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칩거하는 그에게 유튜브는 세상을 향한 창문이자 유일한 교육자였다. 스티비 원더부터 허비 핸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이 콜리어의 방에 들어왔다. 그는 이 음악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편곡해 같은 창문으로 내보냈다. 6성 아카펠라로 재해석한 스티비 원더의 'Don't You Worry Bout A Thing'(2013년)은 엄청난 조회수는 물론 퀸시 존스와 유명 뮤지션들의 이목과 후원을 끌어냈다.



콜리어가 과거 신동과 다른 점은 그의 재능이 테크놀로지와 결합했다는 점이다. 오늘날 콜리어를 만든 8할은 그가 2014년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박사과정생과 공동개발한 '멀티미디어 원맨 라이브'다. 루프스테이션에 이미지를 실시간 3D(3차원)로 캡처하는 비디오루프, 보컬 하모나이저를 동원해 녹화편집으로만 가능하던 자신의 음악세계를 실시간 라이브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5년 몽트뢰재즈페스티벌 무대를 시작으로 콜리어는 이 장비를 동원해 말 그대로 '자기 방'을 무대로 가져왔다. 그의 라이브 무대는 무수한 악기를 혼자 '동시에' 연주하는 '기인열전'이나 다름없다.

콜리어의 연주가 공허한 묘기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음악성에 있다. 사실 콜리어의 음악은 장르가 애매하다. 재즈는 물론 펑크, 아카펠라, 소울, 그리고 얼터너티브 요소들이 직관적으로 결합해 층을 이룬다. 여기에 건반이나 음표로 존재하지 않는 이 소리들, 즉 콜리어의 트레이드마크인 미분음(microtone)이 더해지며 현대음악과 같은 낯선 충격까지 안겨준다.



자기만의 사운드와 공간에서 구축된 콜리어의 음악세계가 전세계적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마지막 요소는 '하모니'다. 콜리어는 팬데믹(대유행) 이전부터 자기 방에서 전세계 사람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음악작업을 하는 '#IharmonyU'라는 해시태그 문화를 이끌어왔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누군가 연주하거나 부른 노래에 자신만의 미분음 화음을 더하는 챌린지다. 마치 코로나 시대를 예견한 듯한 이런 도전은 바이러스로 인한 시공간의 제약이 이 세대에게는 처음부터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듯하다.

콜리어는 지난해 발매한 앨범 'Djesse Vol.3'로 그래미어워드에서 최우수편곡, 악기, 보컬상을 수상했다. 만25세 나이로 벌써 다섯 번째 그래미상을 안은 것이다. 암울한 코로나 시대는 아이러니하게도 은둔자 콜리어를 밖으로 끌어냈다. 그는 격리가 갑갑해 산책하다 집 뒤에 있는 숲을 '20년 만에' 처음 발견했다. 2018년 시작된 그의 자전적 프로젝트 'Djesse' 시리즈는 방에서 나온 한 음악천재의 세상을 향한 보폭을 충실히 담아냈다. 어디로 향하든, 그의 첫걸음은 훗날 우리의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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