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드버드에서 밀리언에어 많이 나오길 바란다"

머니투데이 샌마테오(미국)=이학렬 특파원 2021.07.0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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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인터뷰]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 사진제공=센드버드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 사진제공=센드버드


"회사 내에서 밀리언에어(백만장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는 물론 직원들도 정신적인, 물질적인 만족을 얻길 바랬다. 센드버드가 2015년 시작한 스타트업임에도 다양한 스톡옵션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이 같은 김 대표의 철학을 반영해서다.

김 대표는 가격엔 제품을 만드는 비용 뿐만 아니라 그 회사가 미래에 좋은 제품을 만들수 있도록 하는 투자까지 포함돼 있다고 봤다. 월급도 마찬가지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월급으로 생활을 유지해야 하지만 미래 성장에 대한 보상도 포함돼 있어야 한다. 센드버드가 주기적으로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주는 이유다. 김 대표는 "같이 만드는 가치를 같이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인정받은 센드버드엔 스톡옵션으로 정신적, 물질적인 만족을 경험한 직원들이 적지 않다.

센드버드는 2015년 채팅 API(기반기술)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센드버드는 채팅 API를 만드는 유일한 회사도 아니었고 경쟁사와 달리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자연히 김 대표와 센드버드는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SI(시스템통합)는 아니지만 고객 한명 한명에게 필요한 기능을 다 만들었다"며 "고객에 집착하고 집요하게 하다 보니 어느새 1등이 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집요함으로 센드버드는 세계 채팅 API 시장 1위에 올라섰다. 매달 전세계 1억7000만명이 센드버드가 만든 채팅 API를 이용해 채팅을 하고 있다. 미국 도어대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한국 배달의민족 등 각국 최대 음식배달업체는 물론 국민은행, 레딧, 야후 등이 모두 센드버드의 고객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만족하거나 자만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전세계 모바일 인구가 50억명이고 한 사람이 쓰는 앱 중 4~5개엔 채팅 기능이 있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채팅 API를 제공하면서 인류 문명 발달에 기여하고 있다는 보람도 느끼고 있다. 특히 센드버드는 코로나 백신 관련 제약회사에도 채팅 API를 제공했는데 김 대표는 인류 생명을 구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자부심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김 대표는 "세상은 우리 존재를 몰라도 우리는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센드버드는 김 대표가 두번째로 창업한 스마일패밀리를 피벗(사업전환)해 실리콘밸리로 옮긴 회사다. 실리콘밸리로 간 건 채팅 API 시장은 글로벌 진출이 필수여서다. 김 대표는 지금도 B2B(기업용) SW(소프트웨어) 시장은 글로벌에 진출하지 않고선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 펜데믹이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봤다.

미국에서 투자를 받는 것도 필요했다. 센드버드가 2016년 세계 최대 스타트업 육성기관 와이콤비네이터의 육성 대상에 지원한 것도 투자를 받기 위해서다. 센드버드는 와이콤비네이터의 육성 대상에 선정되면서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김 대표는 "미국 투자자가 한국의 초기 스타트업을 볼 이유가 없다"며 "미국에서 투자를 받고 싶고 한국에서만 사업하지 않을 것이라면 실리콘밸리 등 글로벌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근면성실이 글로벌에서도 통한다고 봤다. 김 대표는 "진정성을 가지고 끈기 있게 일하면 (고객과 투자자들이) 알아봐준다"고 했다. 이어 "'10년내 이것밖에 못한다'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선택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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