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지갑 여는 美, 전 세계 경제 회복 가속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약 6조 달러에 달하는 부양책을 기반으로 전 세계 재화를 소비하며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전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했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 국면에서의 상황은 달라졌다. 물론 중국 경제는 현재도 강력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8.5%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신용 억제를 통해 안정에 방점을 두며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미국의 소비지출은 올해 10% 증가가 예상되는데, 실현된다면 이는 1946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미국이 전세계 재화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의 2배가 넘는다. 2017년 딜로이트의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최종 소비지출의 27%는 미국의 소비가 담당했으며, 중국의 비중은 11%였다.
OECD는 미국 정부가 최근 승인한 부양책만으로도 향후 1년간 중국, 일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포인트(p) 높아지고 캐나다, 멕시코의 GDP 성장률이 1%p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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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OECD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6.9%로 지난달 상향 조정했다. 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8%로 높여 잡았다. 달성된다면 이는 1973년 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영란은행 전 통화정책위원 아담 포센은 WSJ에 "미국 재정정책은 이전의 평화로운 시기에 볼 수 없었던 매우 큰 규모"라며 "유럽, 중국, 일본이 미국의 재정 부양책에 어느 정도 무임승차하게 될 것"이라 했다.
WSJ는 미국의 내수 호황이 동맹국들과의 경제적 연대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짚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지난 10년간 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 및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어왔다고 평가한다. 이런 상황이 국제관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란 진단이다.
연준 청사 /사진=블룸버그
이 점은 미국발(發) 경제회복이 다른 국가들에 부작용으로 다가올 가능성을 시사한다. 많은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꼽히는 리스크다. 중국 주도 호황이 원자재 가격에만 불을 붙였다면 미국발 호황은 소비재 전체 물가를 전 방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팬데믹 기간 노트북, 휴대폰 같은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금속 가격은 물론 운송 비용 등이 급등했다.
물가상승은 신흥국에 골칫거리다. 브라질·러시아 등은 수년 내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겪고 있다. 자국 통화 절하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두 국가 모두 올해에만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아직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금리를 올리면 자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택한 선택지다.
미국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려 달러 강세와 채권 금리가 오르는 상황도 다른 국가들의 경제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중순 연강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23년 말 이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미 달러는 다른 주요 통화대비 강세다.
특히 부채가 많은 신흥국들은 금리, 즉 차입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 부담이다.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현재까지 미국으로의 자금유입을 억제해왔지만, 연준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리면 많은 자금이 신흥국에서 이탈해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신흥국들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연준이 계속해서 초저금리를 유지한다면 이는 전 세계 자산가격 버블을 심화시킬 수 있다. WSJ는 한국과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특히 부동산 등 자산의 잠재적 버블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긴축에 대한 신호를 발신해왔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아이웨어 업체 사필로 그룹의 앙겔로 트로치아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중앙은행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