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돌아온 정치테마주의 시간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6.3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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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주 고급정보 입수 15% 수익 준비 중', '이틀 연속 상한가 이재명 대장주 무료공개'

요즘 부쩍 늘어난 정치테마주 관련 스팸 문자를 보다보니 대선이 다가온 걸 깨닫는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질수록 스팸 문자 수는 늘고 내용은 더 자극적으로 변한다.



여의도에서 정치테마주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건 2002년 16대 대선 때부터다. 당시 야권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충청권 소재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였다. 계룡건설 (13,360원 ▲30 +0.23%)·충남방적(현 SG글로벌 (2,090원 ▼15 -0.71%))·한라공조(현 한온시스템 (5,250원 ▼40 -0.76%)) 등이 대표적이다.

5년 뒤인 2007년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삼호개발 (3,300원 ▲10 +0.30%)·이화공영 (2,550원 ▼10 -0.39%)·동신건설 (20,800원 ▼650 -3.03%) 등 건설주가 크게 올랐다. 이화공영은 최고 33배까지 올랐다.



20년이 지난 지금 정치테마주 투자 행태는 가관이다. 유력 대선후보와 경영주가 본관이 같다는 이유로 혹은 최대주주가 대선후보 고향의 향우회 회장이라는 이유로 몰린다. 별다른 재료도 없이 기대감만으로 연일 상한가를 찍는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정치테마주로 큰 돈을 만졌다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매도 타이밍을 놓쳤다'거나 '추가매수 했다가 물렸다'는 푸념이 대부분이다. 사고 파는 최적의 타이밍은 소위 세력과 대주주 밖에 모른다. 변동성이 큰 탓에 추종 매수나 매도는 어림도 없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 기간 증시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을 소위 '스마트개미'라고 부른다.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세에서 흔들리지 않고 우량주를 매수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고르는 종목도 투자 타이밍도 이전과 같지 않다는 평가다.


또 스마트개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를 손질했고 공모주 균등배정 방식을 도입했다.

돌아온 정치테마주의 시간, 스마트개미들은 스마트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테마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로는 정글 같은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지난해 코로나19 국면에서 경험한 펀더멘털의 가치와 투자 태도를 되새겨야 할 때다.

[기자수첩]돌아온 정치테마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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