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북부 잡고 남부도 간다…기업금융 강자 꿈꾸는 농협은행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6.2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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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금융강국 코리아-NH농협은행②]현지 기업 영업 늘리는 하노이지점, 코로나19 악재 피했다

편집자주 한국 금융의 해외영토확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문을 걸어 잠근 시기에도 지속됐다. 인수합병(M&A)과 제휴를 멈추지 않았고 점포도 늘렸다.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일시적으로 이익이 줄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그 동안 씨를 뿌렸던 만큼 수확을 거두게 될 것이다. '퀀텀점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농협은행 베트남 하노이지점 실적 전망/그래픽=최헌정 디자인 기자농협은행 베트남 하노이지점 실적 전망/그래픽=최헌정 디자인 기자


NH농협은행이 '기회의 땅' 베트남에서 기업금융 강자를 꿈꾼다. 농협은행은 하노이지점의 성과에 힘입어 호치민지점 개설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되면 베트남 북남부 전역이 커버된다. 현지 기업의 비중을 늘려 입지를 더 튼튼히 할 수 있다.

2016년 12월 문을 연 하노이지점은 당초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 한국 기업의 숫자만 따져도 상당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조승국 하노이지점장은 "현지 기업으로 영업 범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과 현지 기업의 비중이 9대1인데 장기적으로 현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시선을 전환한 덕분에 코로나19(COVID-19) 첫해인 지난해에도 3개의 현지 기업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했다. 베트남 전력공사와 광물자원공사, 베트남 최대 민간 종합물류기업과 CJ대한통운의 합자회사가 대상이다. 안정성이 담보되는 현지 공기업과 한국 기업이 투자한 회사를 공략하면서 리스크를 피했다. 조 지점장은 "과정이 쉽지 않아 한국계 기업에 좀 더 집중했어야 하는지 회의도 들었지만 직원들의 영업 노하우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현지에서 채용된 RM(기업금융지점장) 등이 신디케이션을 비롯한 방식으로 영업에 나섰다. 하노이지점엔 30명이 근무하는데 현지 직원이 파견자보다 4배 많다.

농협은행 조승국 하노이지점장(왼쪽 세번째)과 파견 직원들 모습/사진제공=농협은행농협은행 조승국 하노이지점장(왼쪽 세번째)과 파견 직원들 모습/사진제공=농협은행
하노이지점은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지난해에 성과도 적지 않았지만 올해 실적은 전년치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지난달까지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연간 실적의 절반 이상이다. 대출 약정액이 특히 두드러졌다. 1~5월 대출 약정액의 경우 지난해 전체 약정 규모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노이지점은 꾸준히 대출자산을 늘려 3년 뒤인 2024년 '영업이익 50억원' 시대를 열 계획이다. 2024년 실적목표는 대출자산 3659억원, 영업이익 56억원이다. 금리 상승 국면으로 전환할 경우 추가적인 이익이 기대된다.



하노이지점은 건전성 관리에도 만전을 기했다. 대출은 늘었지만 거래 기업을 밀착 모니터링해 '연체율 제로'를 유지했다. 처음 고객을 발굴할 때부터 철저한 분석과 엄격한 심사를 거쳤다. 정기적으로 기업을 방문해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잠재적 위험기업군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시로 벌여 연체를 막았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사례는 업무 시스템으로도 드러났다. 재난 환경에서도 사업을 연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BCP센터'로 위기를 극복했다. 지난해 3월 한국계 은행 지점 처음으로 BCP센터를 가동했다. 대체영업점은 지점과 환경이 동일해 지점 문을 닫더라도 모든 업무를 그대로 처리할 수 있다. 본점과의 소통도 농협은행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엔 인터넷뱅킹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소매금융 영업 기반도 늘리고 있다. 조 지점장은 "베트남은 국가 경제 발전에 따라 금융산업의 동반 성장이 기대되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의 지원에 힘쓰는 한편 현지 우량기업과의 거래관계를 계속해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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