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허민국군(13)은 최근 아버지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한 '관리 앱' 때문에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였다. '관리 앱'을 이용하면 아버지가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허군은 "아빠가 날 감시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며 "휴대전화를 보다가도 마음이 찝찝해 꺼버릴 때가 많다"고 했다.
젊은 부모들이 어린 아이들의 휴대전화에 설치하는 '관리 앱'을 두고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리 앱을 설치하면 위치 추적에서부터 실시간 이용 내역까지 자녀의 휴대전화에 담긴 개인정보를 부모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관리 앱이 아이의 정서발달을 저해하는데다 자칫 부모와의 신뢰관계를 깨트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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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리 앱'은 홍보 문구에 "아이들이 '별점 하나'를 준 것이 이 앱의 진가를 방증한다"며 "자녀에게 실제로 적용하기 전 부모의 휴대전화에 먼저 설치해 보고 아이의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조절하라"고 적었다. 다른 '관리 앱'의 개발자는 "부모는 자녀의 모든 온라인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제한할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부모들은 아이의 안전 관리를 위해서라도 해당 앱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모씨(45)는 "요즘 아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도 많고 어디서 큰 사고가 날지 모르지 않느냐"며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아이와 항상 함께 있는 휴대전화에 이런 앱이 있는 것은 필수적인 것 같다"고 했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청소년의 휴대전화 '관리 앱'에 사생활 침해 요소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앱의 부가기능 중 부모에 의한 위치추적과 메신저 내용 확인 등은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에게 '관리 앱' 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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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부모 신뢰 무너뜨릴 우려도…심할 경우 법적 문제 소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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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전에 충분한 논의 없이 아이의 휴대전화에 이런 앱을 설치하는 것은 부모와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아이들이 부모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더 좋지 않은 행동을 저지를 우려가 있는데다 '중요한 일은 부모가 결정한다'는 가치관이 확립되면 주체성 발달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하거나 이용내역을 들여다보는 앱의 설치가 아동 발달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학대의 소지도 있다. 김기윤 변호사는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의 정신건강·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며 "위치정보법에 따라 아동의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할 경우 형사처벌의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