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대기업 된 쿠팡, 달라진 책임감 보여줄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21.06.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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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기업, 국내 60번째 대기업'

2021년 쿠팡의 위상이 달라졌다. 2010년 창립 이후 10년만에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하고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e커머스 업계에서 주목받는 신생 기업에서 국내 유통업계, 더 나아가 재계에서도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사업 영역이 커지고 고용인원이 늘어나며 파트너와 경쟁자들이 많아지면서 쿠팡 안팎에서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빠른 성장의 부작용이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집단감염과 최근 1년 사이 쿠팡 물류센터에서 9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며 쿠팡 물류센터의 근로여건이 도마위에 올랐고, 덕평 물류센터에 대형 화재 참사가 일어나면서 일각에서 쿠팡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김범석 전 쿠팡 의장이 지난해 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올 5월에는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것도 구설수를 야기했다. 각각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 소환 논란과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총수 지정 여부 논란이 일어난 이후 결정이어서다.

혁신 스타트업 이었을 때는 없었던 규제가 적용되고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윤리적 책임도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덩치가 커진만큼 사회적 감시 눈초리도 날카로워졌다. '적법한 절차대로 현행 규제 체계에 맞춰 문제가 없다'나 '자율적인 경영 활동일 뿐'이라는 해명은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쿠팡도 빠른 해명과 대처에 나서고 있다. 개선 방안을 찾겠다는 약속도 거듭 해 나가고 실제 조치 사항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덕평 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서는 구조 활동에 나섰다가 순직한 고 김동식 소방대장의 유가족 지원과 장학기금 마련, 물류센터 직원 전환 배치 등 후속 조치 등을 시행했다. 물류센터 인근 주민들에 대한 피해도 파악해 보상할 방침이다. 전국 물류센터에 화재 등 안전점검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 이전에도 산업안전 등의 문제가 야기되자 유인종 부사장, 박대식 전무 등 안전관리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했고 유 부사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등 산업안전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류센터 종사자 100% 직고용, 자동화 시스템 설비 투자 등쿠팡의 물류 근로여건 개선 방향은 물류업계에서도 상대적으로 앞서 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남아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져서다. 쿠팡이 이미 국내 대표 기업 중 하나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쿠팡의 성장과 투자 등 모든 경영활동은 제2의 쿠팡을 꿈꾸는 국내 기업들에 영향을 준다. 보다 높아진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위치란 얘기다.


매년 수천억의 적자를 기록하며 한때 존폐 위기를 지적했던 주변의 우려를 오히려 공격적인 방법으로 불식시켰던 쿠팡이다. 2021년 전환점을 맞은 쿠팡은 또 한번의 위기에 마주쳤다. 한편으로는 빠르게 성장해 온 쿠팡이 오히려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쿠팡이 달라진 위상만큼이나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도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우보세]대기업 된 쿠팡, 달라진 책임감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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