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 내 공사장만 4곳…손님쫓는 소리가 아침부터" 천호동 숙박업소들의 한숨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1.06.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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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숙박업소 업주 윤모씨(70)는 카운터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업소 10m 앞에 600여세대 규모의 현장이 재건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잠을 자던 손님들이 이른 아침부터 울려퍼지는 공사장 소음에 '시끄럽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윤씨는 "새 공사장을 포함해 50m안에 건설 현장만 4곳이 있다"며 "영업을 하지 말란 소리나 다름없다"고 했다.

강동구 천호동 로데오거리 근처 4곳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소음에 인근 숙박업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주들은 소음 등으로 별점·리뷰 등이 악화하는데다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며 건설업체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체는 정당한 피해보상을 위해 업주들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른 아침부터 기찻길 수준 소음…들어왔던 손님도 나가요"
23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로데오거리 인근의 한 숙박업소(사진 가운데) 모습. 공사 현장 4곳에 둘러싸여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23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로데오거리 인근의 한 숙박업소(사진 가운데) 모습. 공사 현장 4곳에 둘러싸여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이날 천호동 로데오거리 인근의 숙박업소 5곳을 돌아본 결과 모두 '공사장 소음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며 입을 모았다.

현재 인근에 공사가 진행 중인 장소는 반경 300여m이내에 총 4곳이다. 600여세대·4만 2000여㎡ 규모의 재건축 현장 1곳과 오피스텔, 주상복합단지 건축 현장 등 3곳이다. 업주들이 '소음이 가장 많이 난다'고 지목한 재건축 현장의 경우 지난 4월부터 기존의 아파트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



업주들은 건설업체들이 이른 아침부터 공사를 시작해 손님들의 수면을 방해하는데다 줄어든 매출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찻길 수준의 80dB(데시벨)이상의 소음이 가장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날 소음 측정 어플 3개를 이용해 공사장 인근을 측정한 결과 50dB~80dB수준의 소음이 측정됐다.

건축 현장 50m앞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박모씨(63)는 "인근에 공사가 시작된 후부터는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매출이 40%정도 줄었다"며 "숙박 어플에 '시끄럽다'거나 별점을 낮게 주는 손님들이 늘면서 건설사 측에 보상을 요구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박씨는 인근 상인들과 구청에 합동 민원을 준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주는 "보통 이렇게 숙박업소가 많은 장소에 공사를 시작할 때에는 어느 정도 영업 보상을 해주거나 일부 숙소를 임대해 공사 관계자들의 숙소로 사용하는 것이 관례"라며 "이곳 건설업체들이 그런 절차에 소홀하면서 불필요한 마찰을 빚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당한 절차 따라 허가 난 공사장, 측정 결과 소음 기준에 못 미쳐"
공사장 소음 기준표. /사진 = 서울시 제공공사장 소음 기준표. /사진 = 서울시 제공
강동구청은 해당 공사 현장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가 난 데다 수차례에 걸친 소음 측정에서도 과태료 부과 기준인 70dB가 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상 공사장의 소음 규제기준은 주간(오전 7시~오후 6시) 70dB, 야간(오후 10시~오전 5시) 50dB 이하여야 한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지난 22일에도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출동해 소음을 측정하는 등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대응하고 있다"며 "측정 결과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으며 특별히 과도한 소음이 측정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공사현장을 담당하는 건설사는 피해 보상을 위해 해당 업주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일부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사 가능 시간을 준수해 작업하고 있으며 정확한 피해보상금액을 산정 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피해가 큰 업주의 경우 해당 업소를 숙소로 임대하는 등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피해 업주에게 1차례 타협안을 구두로 제시하는 등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며 "인근 업주 분들의 피해가 있다는 데에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으며 보상 금액 산정 등 내부적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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