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가 재봉쇄에 돌입한 가운데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문 닫힌 상점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AFP
1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영국, 미국, 칠레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에서 중증화하는 환자 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신규 감염은 억제되지 않고 있다.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자 영국은 봉쇄 해제 일정을 4주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오는 21일을 목표로 했던 봉쇄 전면 해제 날짜를 내달 19일로 미룬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에게 봉쇄 연장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인구의 60% 이상이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남미 칠레와 우루과이에서도 감염세가 확산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달 중순에 비해 10~20%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칠레는 지난 12일부터 수도 산티아고와 주변 지역을 재봉쇄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민들의 모습. 일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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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우 신규 확진 사례의 90% 이상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률이 아직 낮은 10~30대가 델타 변이 감염자의 70% 가량을 차지한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미국에서도 델타 변이 감염자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델타 변종이 미국에서 지배적인 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가을로 접어들면서 델타 변이가 새로운 감염병 유행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백신 2차 접종이 더디게 이뤄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영국은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비율이 40% 중반에 머물고 있다. 두 달전까지만 해도 하루 300만회 이상의 접종이 이뤄졌던 미국은 최근 하루 100만회 접종에 그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부작용이 두려워 2차 접종을 피하고 있으며, 1회 접종만으로 바이러스로부터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다.
현재로서는 백신 접종 확대가 델타 변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이에 영국은 40세 이상의 접종 간격을 단축하는 등 2차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가 봉쇄 조치를 섣불리 완화해 감염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빠른 봉쇄 해제가 국민을 안심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영국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자 봉쇄를 단계적으로 풀기 시작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돼 공원, 해변 등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칠레도 지난 1월부터 방역 조치를 완화해 일부 상업시설이 문을 열었다.
미국의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5일 경제 전면 재개를 선언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규정이 없는 장소도 늘어나 여름 휴가철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