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렴도 올리기, 경찰이 안은 숙제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1.06.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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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수준의 청렴성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민들에게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이 되겠습니다."

지난 14일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반부패 중·장기 추진계획' 대국민 발표회에서 카메라 앞에 선 김창룡 경찰청장이 이렇게 다짐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폭행사건'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한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5일 만이었다.

경찰의 단기 목표는 내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하는 청렴도 평가에서 1등급을 받는 것이다. 지난해 경찰청은 청렴도 평가에서 4등급이라는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직전해보다 1등급 하락했다. 장기적으로는 2032년까지 세계 10위권 청렴 경찰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경찰의 장밋빛 청사진을 대하는 여론은 차갑다. 경찰이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4개월 동안 '이용구 사건 부실수사'를 조사해 발표했다. "외압이 없었다"는 결과에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당시 경찰이 여권 실세 인사였던 이 전 차관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서다. 또 범행 은폐 시도를 일선 경찰서 실무자만의 직무유기로만 돌린 게 설득력이 있는지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던 '한강 대학생 사건'에서도 경찰을 불신하는 국민의 속마음이 드러났다. 경찰의 객관적인 수사 결과보다 근거없는 유튜브 영상에 여론이 들끓었다. 일부 경찰들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이미 경찰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수사결과를 발표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는 지경이 됐다는 얘기다. 경찰 한둘이 모인 자리에서는 가족마저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는 얘기가 오갔다.



이는 어쩌면 경찰이 자초한 일일지 모른다. 전국 경찰관은 약 12만명이다. 중앙행정기관 중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조직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일부 조직원의 일탈이 조직 전체를 대변할 순 없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수사권을 가진 경찰 조직은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지난 1월부터 수사종결권까지 손에 쥐었다. 권한이 커진 만큼 더 높은 기준의 공정성과 청렴도는 필수적이다. 김창룡 청장이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하는 답이 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수사하겠다"는 말이다. 말뿐 아니라 진정성있는 변화를 시작으로 청렴경찰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사진=기자수첩/사진=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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