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가르쳐 줄게" 여성부사관 '백허그'한 상관…대법 "추행맞다"

뉴스1 제공 2021.06.1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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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히라"며 손 잡아 끌고, 야구스윙 가르쳐준다며 뒤에서 안아
고등군사법원 "추행 아니다" 무죄 선고→대법서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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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상관이 여성하사의 손을 잡아 끌고 뒤에서 끌어안은 행위를 "추행으로 볼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한 군사법원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군인등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근무하던 강씨는 2017년 7월 피해자인 하사 A씨에게 "너와의 추억을 쌓아야겠다. 너를 업어야겠다"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A씨의 양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리며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씨는 2017년 8월 충북의 한 산림욕장에서 피해자에게 "물 속으로 들어오라"고 말했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자 뒤로 다가가 갑자기 안아올리고, 같은날 스크린야구장에서 스윙을 가르쳐 준다며 뒤에서 피해자의 손을 잡고 안는 방법으로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또 피해자에게 키를 재보자고 말하며 팔을 잡아당겨 신체가 닿게하고 머리를 쓰다듬은 혐의 및 무단이탈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을 맡은 보통군사법원은 강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반면 고등군사법원은 "상관인 피고인이 부하인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추행행위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며 "강씨의 행위는 모두 객관적으로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성별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라거나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강씨의 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강씨가 피해자에게 한 행동들은 추행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강씨는 추행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적어도, 피해자에게 업히라고 하면서 팔을 잡은 행위, 산림욕장에서 물속으로 들어오라고 하면서 팔목과 어깨를 잡은 행위, 피해자에게 야구스윙을 가르쳐주기 위해 피해자의 뒤에서 손을 잡은 행위 등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있다"면서 "강씨가 인정하고 있는 행위만으로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강씨는 공소사실 관련 행위 외에도 그 기간에 부하인 피해자에게 수면실에서 함께 낮잠을 자자고 하거나 단둘이 식사할 것을 요구하는 등 업무 관계 이상의 관심 또는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며 "강씨의 행위가 성적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 하에 이루어졌다고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는 추행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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