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3조' 탄소배출권 시장 해마다 커지는데…기업들은 '쓴웃음'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21.06.22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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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하)-⑤

편집자주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탄소중립'의 긴 항해를 시작했다. 기존의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강자인 대한민국에 탄소중립은 생존의 필수요건이자 새로운 기회의 장이다. 2050년 탄소 발생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준비 상황, 풀어야할 과제 등을 점검한다.

탄소배출권 거래 상황 살피는 한국거래소탄소배출권 거래 상황 살피는 한국거래소


다음달부터 2025년까지 적용되는 온실가스 제3차 계획기간의 시작으로 기업들에 적용되는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이 10%로 상향 조정됐다. 경매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할당량이 10%라는 의미다.

제2차 계획기간에 처음 도입했던 유상할당이 3%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배 가까이 부담이 늘었다. 정부가 2015년 탄소거래제를 도입한 이후 유상할당 비중은 전체의 0%(1차 계획기간, 2015~2018년)애서 3%(2차 계획기간, 2018~2020년), 이젠 10% 수준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의 부담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유상할당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권이 할당되는 기업들의 수도 크게 늘었다. 환경부는 이미 제3차 계획기간 할당 대상업체 684곳을 선정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26억800만톤 할당을 완료했다. 3차 계획기간의 배출 허용총량은 30억4800만톤이다. 2차 기간에 비해 배출권 할당량은 30% 더 커지고, 기업은 95개가 늘었다.

3차 계획기간은 종전 계획기간 3년보다 2년 더 늘어난 5년이긴 하지만 할당량을 더 많은 기업이 나눠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커졌다. 할당량을 줄이기 위해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할당량을 초과하면 탄소배출권을 사들이거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은 최근 저렴해지고 있다. 15일 탄소배출권(KAU20년물)은 1만5450원으로 올해 초인 1월4일 2만3000원에 비해 싸졌다. 이는 기업들이 할당량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남은 탄소배출권을 시장에 공급한 덕분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하락한 것은 공급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라면서 "기업들이 노력해서 남은 할당량을 시장에 공급해 가격이 저렴해졌다"고 말했다.

국내 탄소거래시장은 지속 성장한다. 지난해 탄소거래시장에 거래된 탄소배출 거래액 규모는 1조3300억원, 거래규모는 4400만톤으로 2019년 1조831억원, 3800만톤에 비해 증가했다. 환경부는 탄소배출권 거래규모가 확대될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달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SK증권을 시장조성자로 참여시키는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분위기다. 게다가 2023년부턴 유럽처럼 미래의 탄소배출권을 미리 사들이는 선물 시장도 도입된다. 개인의 참여가 직접 가능하진 않더라도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상품을 통한 간접투자까진 허용할 전망이다.


'작년 1.3조' 탄소배출권 시장 해마다 커지는데…기업들은 '쓴웃음'
"탄소배출 불가피하지만 일부 기업이나 업종엔 관대해야"
기업 입장에선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커지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 탄소배출 규제가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할당량이 모자라면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 하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설비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해외와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지금 기업들 입장에선 탄소배출권이 가장 와닿는 부분인데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이 시기에 따라 너무 널뛰기가 심한 측면이 있다"면서 "또 국내에선 업종과 기업에 따라 탄소배출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는데 이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고려를 하지 않고 너무 서둘러 도입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자체가 탄소 네거티브로 넘어간 이상 기업들이 빨리 적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탄소 배출 여부가 기업들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이미 유럽에선 탄소 네거티브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았고, 수많은 환경 규제에 이미 적응한 기업들이 많다"면서 "앞으로는 탄소배출은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가르는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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