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님, OO씨?…학생 존칭 캠페인 둘러싼 의견 분분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2021.06.16 05:30
글자크기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사진=뉴스1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사진=뉴스1


"OO님, 문제 풀어보세요."

교사나 어른들이 학생들을 부를 때 존칭을 사용해야 할까. 이와 관련한 캠페인을 두고 현장 교사들 사이에선 찬반이 갈린다. 아이들을 존중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6월 한 달 간 '어린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열었다. 이는 지난달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 진행한 캠페인을 이어받은 것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존칭을 써 예의를 지키자는 게 목적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의 생각은 엇갈렸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최모씨(33)는 "한 번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며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더 어린 존재로 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이모씨(56)는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예의 교육의 일환으로 서로를 '~님'이라고 부르는 활동을 실시하고 있는데, 부르지 않을 때마다 벌점 등을 매겨야해 귀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OO님, OO씨라고 하면 되레 선생님의 아이들의 대한 태도가 사무적으로 변할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강모씨(35) 역시 "OO친구 정도 부르면 되지 않을까"라며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일부 교사들을 제재할 순 있겠지만 호칭을 바꾼다고 인식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선생님과 학생 간의 동등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학생 최모양(16)은 "스타트업 에선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위해 OO님이나 영어 닉네임을 쓴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과 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기성세대가 어린이나 학생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 문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일 뿐 교사가 학생에게 'OO씨'나 'OO님'으로 부르는 것을 강요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교내 호칭 논란…교장에게 'OO님'
/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페이지/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페이지
학교 내 호칭을 둘러싼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9일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조합원이 근무하는 관내 학교에 교육공무직의 호칭을 'OO선생님'으로 부르길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서 이들은 "일부 학교에서 '여사님', '강사님', '실무사님'으로 호칭을 부르는 사례가 있었다"며 "노동인권과 신장이 존중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 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교육공무직은 교육기관에서 교육 행정, 교육 활동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를 의미한다. 초등돌봄전담사, 교육실무사, 조리사, 스포츠강사 등이 있다.

이를 두고 교사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 등에선 "같이 근무하는 분들 중 기분 나쁘게 함께 일하는 분들을 부르는 경우가 있어 좋을 것 같다"는 찬성 의견과 "학교에서 선생님은 직업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라며 "실무사님을 실무사님으로 부르는 것이 큰 문제인 줄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2019년 초 서울시교육청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며 교육청 직원 간 호칭을 'OO님', 'OO프로', 'OO쌤' 등으로 하고, 학생들은 교사나 교장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OO님'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해당 사안은 당시 "교권이 추락한다", "~쌤은 표준어가 아니다" 등 학교 일선의 반발로 보류됐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