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원 양도시점 앞당기면 재산권 침해? 전문가들은 "글쎄"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1.06.1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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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원 양도시점 앞당기면 재산권 침해? 전문가들은 "글쎄"


"왜 사유재산을 마음대로 팔지 못하게 막나. 재산권 침해 아닌가?"
"재건축 조합원이면서 실수요자라면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그만 아니냐. 언제는 낡은 집 재건축해달라더니, 시세차익 얻고 팔지 못하게 되는 게 불만인 것 아닌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대폭 앞당기는 방안이 발표되자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같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조합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는 의견과 실거주하는 조합원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대립하면서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은 이번 조치로 집을 팔고 싶을 때 팔기 어려워지는 점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토로한다.

한 재건축 추진 단지 조합원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은퇴자, 작은 평수에서 큰 평수로 갈아 타려는 사람들, 사정 상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 등이 불만을 토로한다"며 "재건축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데 안전진단 통과 이후에 거래 자체를 못하게 한다면 재산권 침해가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집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법이 개정된 뒤에도 출구가 마련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실상은 시세차익을 얻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데 대한 불만이라는 것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안전진단 단계에 임박한 단지에서는 불가피하게 집을 팔아야 하는 조합원은 사실 많지 않다"며 "실상은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가격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팔려는 사람들이 불만을 쏟아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세금 문제보다는 사업상 어려움이나 해외이주 등을 이유로 집을 매도하려는 조합원은 있으나, 이처럼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예외 조항에 따라 매도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치 어떤 경우에도 팔 수 없도록 돼 있는 것처럼 오해가 퍼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마음대로 사고 팔지 못하니 재산권 침해 소지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예외조항을 마련한 서울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지난 9일 발표한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시기 조기화' 방안에는 조합원 지위 취득 제한 예외 사유로 △상속·해외 이주로 인한 경우 △10년 이상 보유·5년 이상 거주한 경우 △3년 이상 사업이 정체되는 경우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행 도시정비법에서 규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예외 사유를 인정해준다. 다만 시점이 재건축 앞 단계로 당겨진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현재도 조합설립 이후부터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어려운데, 이 시점을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앞당기는 것이 재산권을 더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조합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투기 세력은 억제하되 재건축·재개발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을 마련한 서울시에서는 실거주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아파트가 너무 낡아 재건축을 바라는 실거주 조합원을 위한 정책으로, 이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외부 갭 투자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수요까지 보호할 명문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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