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딸, 미안하고 고맙다" 조국의 시간은 지금부터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21.06.0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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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운명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딸아, 너는 잘못한 것이 없다!"

한길사가 낸 '조국의 시간'에는 딸과 아들의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항변이 담겨있다.

그는 "딸이 입시를 치르던 10여년 전에는 인턴이나 체험활동서는 엄격한 관리 없이 운영됐다"고 했다. "내가 아는 바로는 고교생 인턴·체험활동 확인서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은 것은 내 가족 사례가 처음"이라고도 했다.



사실과 다르다. 수원지법은 2010년 아들의 대학 입학을 위해 봉사활동확인서를 허위로 작성, 학교에 낸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기소된 학부모 황모씨 등 2명에 대해 각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은 "공주대가 연구윤리위원회를 열고 딸의 인턴십 활동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정경심 동양대 교수 1심 재판부는 공주대 인턴십 활동을 허위로 봤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딸이 대학 연구실에서 홍조식물 물갈이 작업만 했을뿐 논문 초록에 관여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확인서는 허위였다고 판단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아들의 허위 인턴서류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2017년 인턴활동 증명서를 허위 발급해준 사안이다. 최 대표는 이 일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은 재판부가 '입시 현실을 모른다'며 간접 비판했다. 그는 "생활기록부 봉사 시간을 문제로 허위라고 주장하면 다들 웃는다. 판사가 입시생 자녀가 없어 이런 현실을 몰랐는지는 모르겠다"고 전직 기자의 SNS 글을 언급했다.


입시에 대한 엄준한 시선을 모르는 건 정작 본인인 듯 하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 성균관대 교수 자녀 치전원 입시 비리 사건, 정유라 입시비리 사건 등은 곧장 입학 취소로 이어졌다.

반면 조국 자녀에 대한 처분은 시작부터 난관이다. 부산대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장은 지난달 개인적 사유로 자진 사퇴했다. 연세대는 4월 조국 아들 대학원 입학 취소를 위한 위원회 구성을 논의한다고만 했다.

그럼에도 첫 발을 뗀 만큼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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