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는 국제 백신공급기구 코백스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백신을 전달할 방침이다. 모테기 외무상은 "백신은 일본 시간으로 오늘 오후 4시 이전에 대만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이같은 행보는 중국의 '백신 외교'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NHK는 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와 백신 계약을 추진했지만 중국의 간섭으로 좌절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대만에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일본을 향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산케이 신문은 이번 백신 제공이 물밑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측근 인사들이 움직인 결과라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셰창팅 주일 대만 대표와 조셉 영 일본 주재 미국 임시 대리대사 등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에 소노우라 겐타로 전 총리보좌관이 초청받았다. 소노우라가 아스트라제네카의 접종 보류와 대만 제공 검토를 시사하자 호응을 얻었고, 이후 아베 전 총리에게 보고하자 그가 즉시 하자며 응했다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은 당초 코백스를 통한 제공을 검토했으나 아베 전 총리 등으로부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이와 함께 대만 측이 빠른 원조를 원한다는 점도 고려해 일대일 상호 원조의 일환으로 백신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가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억2000만회분에 달하는데, 이 중 9000만회분은 일본 기업이 위탁 생산한다. 이미 생산은 시작됐다. 일본에서 보존 기한인 6개월 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사용되지 않는다면 모두 파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일본 정부는 백신 부족 국가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대만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제공하더라도 일본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으로 자국 내 16세 이상 모든 거주자에게 접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화이자 백신을 연내에 1억9400만회분(9700만명분) , 모더나 백신을 9월까지 5000만회분(2500만명분) 공급받기로 계약한 상태다.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던 대만은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기 시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만 전체 인구 2350만명 중 약 3%만이 백신 접종을 받은 상태다.
대만 측은 일본 정부의 백신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차이 총통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백신을 실은 항공기 사진과 함께 "일본 정부에 고맙다"는 글을 게시했다. 대만 외교부도 "일본이 자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함에도 대만을 돕겠다고 결정했다"며 "외교부는 일본 정부와 각계의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