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지상출입 막겠다고 아파트가 한 짓…"줄 잡아당겨 넘어뜨려"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6.0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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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기 구리시 한 아파트에서 설치해 둔 줄에 오토바이가 걸려 넘어졌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공개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지난 3일 경기 구리시 한 아파트에서 설치해 둔 줄에 오토바이가 걸려 넘어졌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공개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경기 구리시 한 아파트에서 비 오는 날 배달기사들의 지상 출입을 막기 위해 트랩(덫)을 설치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금 일어난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구리 한 아파트에서 지상 출입이 안 되게 라바콘(안전 고깔) 등 이것 저것 설치해놨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비가 많이 와서 지상으로 천천히 진입하는 도중에 갑자기 하얀 줄이 튀어나와서 목에 걸렸다"며 "당연히 오토바이는 넘어졌고 무슨 일인가 싶어 봤더니, 경비원이 기둥에다가 줄을 설치해놓고 오토바이가 들어오는 순간 당긴 거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짐승 잡는 것도 아니고"라며 "경찰이 CCTV 좀 보자 했더니 관리사무소 직원이 그새 그 부분만 삭제했더라. 기사는 고소한다고 경찰서 갔고 입주민들은 나와서 구경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80살 경비원이 설치했겠냐"며 "관리사무소와 입주자 대표의 합작일 것 같다. 배달기사들은 해당 아파트에 배달 거부한다고 난리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다른 커뮤니티에도 B씨가 "부탁 받고 대신 글을 올린다"며 "택배 차량 지상 진입 논란이 있던 아파트에서는 배달기사들도 조심하고 있다. 배달업체에서도 기사들에게 철저히 당부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평소에는 기사들도 경비원들이 '지하로 진입하라'고 하면 그렇게 하는데,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오토바이가 지하 주차장에 내려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B씨는 "해당 아파트는 원래 지상 진입으로 배달해왔던 단지라서 평소처럼 한 건데 황당한 사고가 벌어진 것"이라며 "사진 속 하얀 밧줄을 잡아당겨 의도적으로 오토바이가 걸리게 했다. 만약 기사가 넘어지다가 크게 다쳤으면 어쩔 뻔했냐"고 지적했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하얀 밧줄과 빗길 위에 쓰러진 오토바이의 모습이 담겨 있다. B씨는 "(당사자인) 기사는 다쳐서 병원에 갔다. 음식 배달도 못해서 손님, 계약매장, 배달사무실 등 여러 곳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며 "이 사건은 배달사무실에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아무리 배달 오토바이가 꼴보기 싫다 해도 이건 아니다"라며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다양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냥 막아둔 줄이라고 해도 위험해 보인다", "살인미수다. 저러다가 사람 죽으면 책임지냐", "오토바이들 위험하게 운전해서 지상 출입 막는 건 이해하지만 저건 선 넘었다", "배달기사님 많이 안 다치셨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설마 넘어지라고 설치했겠냐",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와 라바콘 사이에 매 놓은 줄에 비 오고 시야 확보가 안 돼서 걸린 것 같다"는 댓글도 있었다.

자신을 배달기사라고 소개한 누리꾼들은 '지상 출입 막아놨는데도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에 "비 내릴 땐 지하로 내려가다 잘 넘어져서 경비원한테 따로 말하고 지상으로 다니는 편이다", "비 오는 날에는 천천히 가도 주차장 진입로가 미끄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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