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격 횡포 걱정에…LCD 쉽게 못 놓는 삼성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1.06.02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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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1단지/사진=이정혁 기자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1단지/사진=이정혁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삼성전자에 내년 말까지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사업을 종료하려던 계획을 올해 말까지 한 차례 미룬 데 이어, 또다시 연기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대형 LCD 사업부 임직원들에게 "회사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내년 말까지 LCD 생산을 지속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 연장을 검토하는 부문은 삼성전자 몫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초 지난해까지 대형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할 계획을 세우고 사업 정리 수순을 밟아왔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국내 LCD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차세대 QD(퀀텀닷) 디스플레이로의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결단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해온 충남 아산캠퍼스의 L7 가동을 중단했고, 다음달인 4월엔 중국 쑤저우 공장의 8세대 LCD 생산라인을 매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생산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아산캠퍼스의 대형 LCD 생산 시설 등 일부를 남겨두게 됐다. 올해 2분기부터는 삼성전자에만 대형 LCD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추가로 생산 연장을 검토하는 것 역시 그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에 생산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본다.

현재 LCD 패널 시장은 수년간 정부 지원금을 토대로 저가 물량 공세를 펼쳐온 BOE, CSOT 등 중국 기업들이 쥐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올해 글로벌 LCD TV 패널 시장에서 매출 기준 59.7%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을 멈춘다면 그 몫을 중국 업체로부터 충당해야 하는데 '부르는게 값'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라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TV 패널 공급이 타이트해진 점은 삼성전자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LCD용 반도체 부족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LCD 패널에는 화면 구동기능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D'(DDI)가 많게는 수십 개까지 들어가는데, 최근 DDI의 평균 거래 가격은 20%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공백이 생긴다면 물량 공급 이슈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중국 업체들도 이미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LCD 패널 생산을 지속하는 것이 마냥 손해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 증가로 LCD 패널 가격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가운데 사업 지속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도 최근 공급량을 조절하며 LCD 패널값 상승에 탄력이 붙고 있다.



시장 한 인사는 "추가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추진 중인 QD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하고 여기서 수익을 내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임을 감안하면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 LCD 연장은 고려해볼 만한 전략"이라 말했다. 이어 "다만 기술적으로 중국 업체와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는 시장인 만큼 사업을 장기간 지속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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