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때 이후 첫 번째 '리셋'의 시간 온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1.06.0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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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재설정(the Great Reset)'

배리 리트홀츠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1일 칼럼에서 팬데믹 이후 경제와 사회가 '커다란 재설정'으로 불릴 만큼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팬데믹 봉쇄가 끝을 향해 가고 미국 경제의 급속한 회복이 시작되면서 고용, 주택, 인프라스트럭처, 임금, 금융시장 측면에서 커다란 사회적 '리셋'이 일어날 거란 것.

사진=블룸버그사진=블룸버그


그는 이와 가장 유사한 리셋 기간으로 2차 대전 이후를 꼽았다. 국가가 '무서운 적'에 의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고, 부족함이 만연하고, 정부와 민간 부문이 이 적을 물리치기 위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경제가 회복을 시작하고 있음에도 두려움이 있다는 점 또한 유사하다. 경제가 인플레이션 급등과 함께 재개되고 원자재 현물 부족, 주택 부족, 구인난이 발생하는 모습도 닮았다. 공장과 사무실을 더 정상적인 환경으로 되돌리도록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기란 점도 비슷하다.

리트홀츠는 주가, 채권 금리, 인플레이션, 임금, 주택, 사무공간, 정부, 정치, 기술, 가상자산과 심지어 라이프스타일까지 리셋되지 않는 영역이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후 기간을 참고해 팬데믹 이후 경제가 어떤 모습으로 정상화할지, 앞으로의 10년이 지난 10년과 어떻게 달라질지 등을 부분적으로 가정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상황을 중심으로 전망했으나 팬데믹 이후 달라진 여러 사회적 표준을 예상할 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기술의 시대
리트홀츠는 대형 IT 기업들이 팬데믹의 큰 승자로 보인다고 했다. 물론 많은 IT 기업들이 코로나19 이전 스타로 떠올랐지만, 팬데믹이 이런 추세를 가속화했다. 큰 기업이 더 커지는 추세는 수십년간 존재해왔는데, 리트홀츠는 최근 추세를 볼 때 이는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1995년 로버트 프랭크와 필림 쿡이 '승자독식사회'라는 책을 냈을 당시 세계 50개 상위 기업의 시가총액은 전세계 GDP(국내총생산)의 약 5%였다. 현재는 50대 기업가치의 비중이 28%로 급증했다.

재택근무
통근 시간이 줄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면 더 생산적이고 행복한 노동자가 늘어날까? 이건 현재 재택근무에 부정적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 등 전통주의자들과 재택근무를 옹호하는 스타트업의 요즘 세대들의 논쟁 내용이다. 전통주의자들은 절차에 강하게 의존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재택 근무를 더 선호한다.


리트홀츠는 일종의 혼합된 형태의 근무를 예상했다. 효율성, 비용, 생산성의 측면에서 최적화된 사무실 활용이 있을 거란 것. 협력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에 있겠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있는 식이다. 어쨌든 사무실의 성격은 이미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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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난다
사람들이 도시 외곽을 거주지역으로 재발견한 건 더 넓은 공간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봉쇄기간 나타난 결과였다. 박물관, 식당, 극장 등 도시가 폐쇄되자 도시 생활의 모든 장점들은 사라지고 높은 비용만 남게 됐다. 교외로 이사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교외로 이사를 가며 교외의 집값이 치솟는 건 이상할 게 없었다. 집값 상승은 부분적으로 10여년 전 금융위기의 영향도 있다. 금융위기 후 신규 주택 건설이 급감했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 신규 주택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따라 잡으려면 10년은 걸릴 수 있다.

비는 사무실을 주택으로?
일각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 대도시의 초과 사무 공간은 약 20%라고 한다. 이 대도시 지역들은 가장 비싼 아파트들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남는 사무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전환하는 게 분명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젊은 근로자들을 끌어들이고, 이 과정에서 주변지역을 활성화 시킬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와 세계무역센터 주변이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 지난 20년간 바뀐 과정을 되돌아 보면 이런 전환이 성공적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하이오주 신시네티의 한 제조업체 공장/사진=블룸버그오하이오주 신시네티의 한 제조업체 공장/사진=블룸버그
최저임금 상승
임금 상승도 그가 말한 팬데믹 이후의 리셋 대상 중 하나다. 가장 적은 임금을 받는 층의 임금 수준이 올라가게 됐다는 의미다. 30년간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고 최저 임금이 더디게 오른 뒤 가장 낮은 구간의 임금이 오르고 있다. 건설 근로자, 호스피탈리티(호텔, 레스토랑, 관광 등 서비스업) 근로자, 간호사, 웨이터, 바텐더 등 모든 일자리가 구인난을 겪고 있다. 고용주들은 더 많은 이들을 채용하고 싶다면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걸 배우고 있다.

저임금자의 급여가 지금까지 생산성, 기업 수익, 기업 경영진들의 보수, 인플레이션, 특히 의료보험과 교육비 등 모든 거의 상승률에 뒤처져왔다는 점에서 임금 리셋은 이뤄질 거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거라 예상했다. 2차대전 후 상황을 참고하자면 원자재 부족, 구인난, 임금 상승, 인플레이션 상승 등을 예상해야 히지만 이런 추세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더 많은 제품이 온라인 기반으로 유통되고, 시장이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보다 단기적이면서 위를 향해 가파른 리셋이 발생할 수 있다고 그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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