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업 악몽 재현될까..임금협상 공포에 떠는 車업계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21.05.27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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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가 지난 26일 오후3시 울산공장에서 ‘2021년 임금·단체협상’ 상견례 및 1차 교섭을 진행했다. /사진제공=현대차 노조현대차 노사가 지난 26일 오후3시 울산공장에서 ‘2021년 임금·단체협상’ 상견례 및 1차 교섭을 진행했다. /사진제공=현대차 노조


"코로나·차량용 반도체 공급난보다 하투(夏鬪)로 이어질 임금협상이 더 두렵습니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다시 시작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긴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한국GM 노사가 잇따라 상견례를 겸한 첫 교섭에 나서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노사 갈등이 격화될 경우 실적 회복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이날 오전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 및 1차 교섭을 진행한다. 한국GM 노조는 이미 Δ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Δ통상임금의 150% 성과급 Δ코로나19 극복과 생계비 보전을 위한 격려금 400만원 △각종 수당 신설 및 인상 등이 담긴 '2021년 임금투쟁 요구안'을 확정해 사측에 통보했다. 이 요구안이 그대로 수용될 경우 1인당 1000만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아울러 인천 부평공장에 신차 배정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한국GM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7년째 적자를 내고 있는데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로 감산 규모가 벌써 3만여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와 노조 파업 등의 영향으로 31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 들어 판매도 감소세다. 하지만 노조측은 "코로나19와 반도체칩 수급 문제, 불투명한 공장의 미래 등 위기는 곧 기회"라며 "눈앞에 놓여진 위기에 절망하지 않고 투쟁을 통해 또 다시 전진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협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 (242,000원 ▲1,000 +0.41%) 노사도 전날(26일) 상견례를 열고 올해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노조는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을 골자로 하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정기호봉 승급분은 제외된 금액으로 지난해 임금 동결에 대한 보상도 담겨있다. 여기에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임금이 더 오를 수 있도록 호봉간 격차를 인상해달라는 입장도 사측에 전달했다.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교섭을 석달 넉달씩 하는 것 좋지 않다"며 "교섭 집중화와 실무협의 강화를 통해 굵고 짧게 마무리 짓고 반도체 부품공급 문제를 비롯한 회사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8조4000억원의 해외투자 발표는 조합원에게 불신을 주는 행위"라며 "단협을 부정하는 행위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하언태 사장은 "조합원은 고용보장을 원하고 회사는 지속경영의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며 "현대차 노사 교섭에 모든 이목이 집중된 만틈 성숙된 교섭을 진행하자"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올해 현대차 임단협이 2년간 무분규로 끝난 전례와 달리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노조가 사측의 전기차 전환·미국 대규모 투자 등 주요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서다. 노조는 지난 25일 울산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8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그룹측 발표와 관련해 "국내공장 투자 확약 없는 일방적인 해외투자는 노사 갈등만 야기할 뿐"이라며 "해외투자를 강행한다면 노사 미래공존은 결코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아직 상견례 시점을 잡지 않은 기아 (115,700원 ▲1,800 +1.58%)도 현대차와 보조를 맞추며 사측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수설까지 나오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해 임단협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데다 이달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노조의 전면파업에 맞선 사측의 직장폐쇄 상황이 전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간 173시간에 달하는 노조 파업으로 약 2140억원의 손실이 났다는 게 사측 집계다. 다만 노조 집행부가 회식비까지 제공하며 조합원들의 파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참여율은 25%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글로벌 투자 계획을 반대하는 건 과도한 경영권 개입이며 시대적 흐름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정년을 연장하면서 국내 투자만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건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최근 MZ세대들의 목소리가 커진게 이같은 부분에 대한 공격이란 점을 되새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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