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백옵션 부담에도 성장성 특례 선택한 바이오 IPO…왜?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1.05.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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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성장성 특례 활용 14곳…증시 호황, 경영진 과열 경계 맞물려

풋백옵션 부담에도 성장성 특례 선택한 바이오 IPO…왜?


최근 바이오 기업들이 일반 상장이나 기술특례상장보다 IPO(기업공모) 절차가 복잡하고 적정 기업가치 산정도 까다로운 성장성 특례 제도를 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성장성 특례 제도를 통해 상장하면 일정 기간 공모가의 90%까지 주가를 보장해야 하는 풋백옵션(환매청구권)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기술특례와는 달리 성장성 특례 제도는 기술성평가 기관을 기업이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증시에서 바이오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상장 후 기업가치가 늘어날 것으로 자신하는 기업들이 당장 상장을 목표로 성장성 특례를 선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장성 특례 제도를 활용해 상장을 추진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6일 코스닥에 상장 예정인 진시스템에 이어 지아이이노베이션, 선바이오 등도 기술성평가를 통과하고 올 하반기 성장성 특례 상장을 준비중이다.

성장성 특례 상장 제도는 2017년 1월 도입됐으나 현재까지 성장성 특례를 이용해 상장한 기업은 14곳에 그치고 있다. 연도별 상장기업은 △2018년 1곳 △2019년 5곳 △2020년 7곳 △2021년 1곳이다. 오는 26일 코스닥에 상장하는 진시스템까지 포함하면 15곳이다.



같은 기간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2018년 21곳 △2019년 22곳 △2020년 25곳 △2021년(~5월 25일) 13곳이다. 이중 바이오기업은 △2018년 15곳 △2019년 14곳 △2020년 17곳 △2021년 3곳이다.

상장 이전 이익 미실현 기업이 많은 바이오업종 특성을 고려해도 성장성 특례 제도보다는 기술특례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이 훨씬 더 많았던 셈이다.

성장성 특례 상장 제도는 기술성장기업을 위한 특례 요건 중 하나로, 적자 기업이라도 주관사의 추천만으로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요건을 완화했다. 대신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가 흐름이 부진하면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매입해야하는 풋백옵션을 부담해야 한다.


최근 기술 특례 제도 대신 성장성 특례 제도를 택하는 기업이 늘어난 이유는 최근 공모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성장성 특례 상장에 따른 풋백옵션 부담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기술특례와는 달리 기술성평가 기관을 기업이 선택할 수 있어 오히려 리스크가 감소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술특례 상장의 경우 한국거래소에서 지정한 기관에서 기술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성장성 특례 상장은 의무적으로 기술성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바이오 업종의 경우 기술성평가를 거치는 것이 관례로 굳어졌다. 또 지난해 이후 성장성 특례로 상장을 추진한 모든 기업이 예외없이 기술성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일부 기업 경영진은 바이오 업종의 상장 이후 주가 변동성에 부담을 느껴 기술특례보다는 성장성 특례를 대안으로 택하기도 한다. 공모 시 합리적인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선 개인주주들을 위해 오히려 풋백옵션을 안전망으로 두는게 낫다는 판단이다.

선바이오는 지난 24일 기술보증기금과 한국기업데이터로부터 AA, A 등급을 받고 IPO 첫 관문을 넘어섰다. 회사는 오는 7월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선바이오는 페길레이션(PEGylation) 융합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다. 'PEG(폴리에틸렌글리콜 고분자) 유도체'를 단백질 의약품, 화학 의약품, 의료기기의 표면에 융합시켜 성능을 끌어올리는 자체 기술이 강점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올해 2월 전문평가기관 3곳에서 모두 'A'를 받아 성장성 특례 뿐 아니라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자격요건을 갖췄다. 시리즈C 단계까지 누적투자금액은 900억원을 돌파했다. 회사는 조만간 프리IPO(상장전지분투자) 유치를 마무리하고 올 하반기 코스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면역항암제 'GI-101'과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이다. 'GI-101'은 2019년 중국 심시어(Simcere)에 계약금 600만달러를 포함해 최대 7억9600만달러(9000억원), GI-301은 2020년 유한양행에 계약금 200억원을 포함해 최대 1조4000억원 규모로 각각 기술이전 하는 성과를 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술특례보다는 성장성 특례를 택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강했다"며 "프리IPO 투자가 마무리되는대로 상장 준비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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