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대법원, 성폭력 사건 유죄 판결 법원 됐다" 비판

뉴스1 제공 2021.05.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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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국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대법, 상고이유 넘어 판단"
"경험칙이라고 사실인정 건드리면 하급심 무슨 의미 있나"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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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현직 부장판사가 하급심이 판단할 사실인정 문제를 대법원이 자꾸 "건드린다"며 대법원이 성폭력 사건의 '유죄판결 법원'이 됐다고 비판했다.

장창국(54·사법연수원 32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18일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있는 대법원 형사법연구회 자유토론장 게시판에 '대법원 스스로 일을 줄여야 합니다. 특히 성폭력 사건은 아예 단심제로 하든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지적했다.



장 부장판사는 "대법원 상고 사건이 많다고 '상고심 제도 이래도 좋은가?'라는 주제로 숱하게 토론회도 하고 그러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대법원 스스로 일을 만들면서 일이 많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무엇인지. 대법원에서 소송법에 정해진 상고이유를 넘어 사실 인정 문제까지 자꾸 건드리니 그러는 것은 아닐까"라고 물었다.

이어 "성폭력 사건 담당 1·2심은 아우성"이라며 "그러면서도 '부담 갖지 말고 유죄 판결해서 대법원으로 올리라. 무죄 판결해 봐야 대법원에서 파기된다'는 자조가 난무하다. 대법원이 '유죄 판결 법원'이 됐다고도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법원이 사실인정 문제를 자꾸 경험칙이라는 이유로 건드리면 1·2심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그 경험칙은 누구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냐"고 질문했다.

또 "피고인과 증인, 당사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억울함 호소와 눈물, 표정을 본 판사와 그렇지 않고 조서를 비롯한 소송기록만 본 판사가 있다면 누구의 의견을 더 존중해야 할까"라고 적었다.

장 부장판사는 "사실 인정 문제에 관한 한 대법관님들 생각이 옳다는 믿음을 잠깐 내려놓으시고 하급심 판사들을 믿으시라"면서 "대법원에서 생각하는 경험칙과 실제 세상의 경험칙이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상고 이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지켜졌는지만 심리하는 것이 하급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하급심의 의욕도 꺾지 않으면서 대법원의 일도 줄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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