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메리츠금융지주(이하 메리츠 3사)는 최근 동일한 내용의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공시했다. 핵심은 배당을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으로 낮추고 대신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의 숫자를 줄여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회사측은 투자자들의 의견과 해외 추세를 반영해 배당을 선진화했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주가부양 수단을 다양화해 달라는 기관투자자 등 주주 의견을 반영해 해외 기업들이 많이 쓰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미국의 애플 등도 자사주 매입·소각 방식으로 주가를 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리츠 3사의 결정에 대해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3사의 주가는 전날인 17일 일제히 10% 이상 급락한 채 마감했고 이날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메리츠화재는 전날과 같은 17600원에 장을 마쳤고, 메리츠증권과 메리츠금융지주는 각각 3.3%, 2.4%씩 오른 4345원과 1만6950원을 기록했다. 자사주 매입·소각의 효과보다 당장 배당성향이 눈에 띄게 낮아지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 추세 등과 맞물려 자사주 매입·소각과 같은 주주친화주의 정책으로 선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다만 메리츠 3사의 경우 배당성향을 급격하게 줄인 것 이상의 효과가 나올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 점이 해소되면 주가도 화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메리츠화재의 경우 배당 축소가 재무건전성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COVID-19)가 장기화하면 일부 은행의 자본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당분간 중간배당과 자사주매입을 포함한 국내 은행지주와 은행의 배당을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보험업계에 대해서도 오는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킥스, K-ICS) 도입에 앞서 최대한 배당을 자제하고 자본확충을 다각도로 고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