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사상최고인데, 연체율은 최저 수준 '아이러니'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1.05.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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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지난해 카드사 대표 대출 상품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 규제 풍선효과와 빚을 내 주식 등에 투자하는 '빚투' 등의 영향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카드론 증가는 금융업권에선 리스크 상승의 전조로 여겨진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대출 연체율은 역설적이게도 사상 최저 수준이다.



18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업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32조464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이었던 2019년말 29조1071억원과 비교해 10% 이상 증가했다.

카드론은 그동안 중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급전창구였다. 금리가 높다 보니 고신용자가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중은행 대출 규제 풍선효과와 '빚투' 열기 등으로 증가한 가계대출 수요가 카드론 등 카드사로 옮겨 왔다.



이는 카드론 잔액 증가를 촉진시킨 요인으로 파악된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진 카드사들이 대출 금리를 낮추며 돈 빌려주기에 적극 나선 것도 한몫했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고금리인 카드 대출이 늘면 장기적으로 연체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카드 대출 이용자들은 여러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돌력 막는 다중 채무자일 확률이 높다. 지난 1월 나이스신용평가는 전업카드사들의 대출성 자산 중 다중채무자(금융사 대출 3건이상) 비중이 63.0%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들어 2003년 '카드대란' 직전과 비슷하다는 극단적인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이 같은 걱정이 '기우'일 뿐이라고 본다. 카드대란 당시와 달리 카드사들의 리스크관리가 차원이 달라진 탓이다.


한 카드 업계 임원은 "과거에 카드사는 리스크에 대한 개념도 없이 카드를 찍어내서 팔던 제조회사였다면 지금 리스크관리 수준은 천양지차"라며 카드업계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업그레이드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3월말 기준 전업카드사들의 신용판매를 포함한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등 총 채권 연체율(대환대출제외)은 평균 1.23%였다. 잠재적 부실률을 나타내는 지표인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이보다 더 낮은 1.07%로 조사됐다. '카드대란' 직전이었던 2002년말 당시 1개월 이상 카드대출 연체율이 거의 9%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건전성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금융업권에서는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넘치는 유동성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차주들이 채무상환이나 빚상환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연장한 것도 카드 대출 연체율 안정의 한 이유다. 시중은행 대출 한도에 막혀 상환 능력이 충분한 고신용자들이 대거 2금융권으로 넘어간 현상 역시 연체율 개선에 기여했다.

다만 금융권은 고금리인 카드 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위험 요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틀어막고 있는 이자 유예 정책이 끝나면 확인할 수 없었던 한계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며 "금리 인상마저 현실화되면 가계들의 상환부담이 커져 연체율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에도 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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