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박 시장의 강자 한국 조선업계가 선박을 건조할 때마다 100억원의 기술료를 해외 업체에 지급하고 있다. LNG를 저장하는 화물창 원천 기술이 해외 업체에 있기 때문이다. 국산 화물창 기술은 개발됐지만 안전한 기술을 선호하는 선주들의 시선은 해외업체의 기술로 향하는 상황이다.
LNG 화물창은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 영하 162℃ 이하의 극저온과 창 안팎의 온도차를 견뎌야 한다. 이를 위해 스테인리스강으로 주름진 형상의 멤브레인 시트를 만들어 화물창 내부에 설치하는데 이 원천 기술을 GTT가 보유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GTT와 기술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선박을 건조할 때마다 기술료를 지급하고 있다.
다만 조선업계는 GTT사에 지급하는 기술료가 수익성 악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는 반응이다. 지급할 기술료를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건 선주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에 GTT 기술 적용을 원하는 건 선주로 선가에 기술료가 포함돼 조선사의 부담이 크지 않다"며 "화물창 기술이 국산화 되면 이에 맞춰 선가도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GTT사에 로열티 지급이 계속되는 이유는 선주들의 선호 때문이다. LNG선은 선가가 척당 1000억~2000억원 수준으로 비싸고 LNG 폭발 위험 등이 있어 안전성이 중요한 선박으로 꼽힌다. 선주들은 풍부한 건조 실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GTT사의 기술을 선호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GTT사의 화물창 설계 기술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선주들은 개발된지 얼마 안 된 한국 기술을 굳이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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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 됐지만...기술 개선-건조 경험 필요LNG 화물창 기술은 이미 국산화가 완료됐다. 조선업계는 지난 2014년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한국형 화물창 설계기술 KC-1을 개발했지만 선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건조 실적이 많지 않고 기술력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KC-1을 적용한 첫 선박인 SK해운의 LNG운반선은 지난 2018년 선주에 인도돼 운항을 시작했으나 화물창 외벽에 결빙 현상 등 결함이 발생해 운항을 중단하고 현재 수리를 받고 있다.
조선업계와 정부는 화물창 관련 기술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친환경선박용 극저온 단열시스템 실증 기반 구축사업을 공고하고 LNG 극저온 화물창 소재 및 구조체의 성능평가 기술개발, 친환경 고강도 단열재 기술개발 등을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까지 정부출연 예산 19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LNG 선박을 30년간 건조해 온 업계의 기술력은 해외와 비교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며 "LNG 화물창 기술을 개선하고 국산화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