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뿌리산업, 안전이 우선이다

머니투데이 김성덕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소장 2021.05.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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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뿌리산업, 안전이 우선이다


1년을 훌쩍 넘겨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속에서도 반가운 소식들이 연이어 들린다. 지난 4월 'KF21 보라매'로 명명된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가 마침내 선을 보였다. 자동차 부품 10배 정도인 26만여 개로 이뤄진 걸작으로 우리나라 방위산업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3월 말에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돼 세상을 불안하게 했다. 글로벌 물류대란의 불길한 예측에 러시아는 대안으로 북극해 항로를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이러한 자신감은 러시아가 몇 년 전 대우해양조선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LNG 운반 쇄빙선을 구매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삼성중공업도 쇄빙선 건조 기술을 가지고 있어 국내 기업 간 즐거운 수주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월 말에는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에 세계가 깜짝 놀랐고, 그가 운전했던 우리나라 차량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차량 안정성 논란도 있었지만 최근 사고 원인이 밝혀지면서 '우즈 차'라고 불리며 북미 시장에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조선, 항공,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 명성을 알린 데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와 같은 뿌리기술이다. 법적으로 이러한 뿌리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거나 뿌리기술에 활용되는 장비를 제조하는 업종을 뿌리산업이라 정의한다.

지난해 국내 뿌리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뿌리 사업체는 3만602개, 종사자는 51만6697명, 매출액은 162조 원 수준이다. 뿌리산업은 기계, 자동차, 전자, 조선 등의 산업을 견인한다. 이러한 뿌리산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우선 전 지구적 문제인 탄소중립에 대해 뿌리산업도 피할 수 없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동화, 스마트화, 산업 지능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이 현재 진행 중이지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 태생적 어려움도 있다. 뿌리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50인 미만 사업체 수가 93.4%나 차지한다. 대기업과 수직적 하도급 관계가 대부분이며, 뿌리기업에 종사하는 직원 10명 중 1명은 외국인 노동자인만큼 안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기업의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장 큰 손실은 소중한 노동자의 생명을 잃는 것이다. 숙련된 인력을 잃는 것뿐 아니라 손해배상, 기업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져 경쟁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한해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27조 원이 넘는다. 특히 뿌리산업 일부 업종의 경우 끼임, 깔림, 폭발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률은 전체 제조업 대비 1.5배나 높아 당장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체에 대해서는 중재재해처벌법 적용이 3년 유예되지만 대응할 시간은 많지 않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안전투자 혁신사업'이라는 뿌리산업 위험 공정 개선으로 현장 지원에 나서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안전투자 혁신사업과 같은 다양하고 촘촘한 지원 정책을 추가적으로 마련해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가 주력산업과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뿌리산업이 굳건해야 한다. 초일류 뿌리기술 개발과 함께 디지털 전환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 이러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산업재해 예방이 근간이 돼야 한다. 산업재해에 대한 철저한 예방과 투자는 기업을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이다.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뿌리가 건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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