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성 쓸 거냐는 질문에…나도 모르게 "네"라고 했다
정민구씨 부부 캐리커쳐 /사진=정민구씨 제공
이 때문에 이미 혼인신고를 한 정씨는 곤혹을 겪었다. 변호사의 자문을 구했더니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혼 후 다시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집안 반대도 있지만…"내 안의 가부장 깨는 기회"
/사진=정부24
정씨 역시 "진보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 편인데,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빠와 성이 달라서 왕따를 당하면 어떡하냐", "부모 욕심 아니냐" 등의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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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박씨는 "평소 식구들에게 (아내 성을 물려주겠다고) 운을 띄웠는데도, 마지막엔 어머니와 여동생이 극렬하게 반대를 했다"고 말했다. 되려 오기가 생겼다. 박씨는 "대체 성 따위가 뭐라고 이렇게 열을 내나, 최악의 경우에도 친척 어른들에게 뺨 정도 맞고 끝나지 않겠나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다른 부부에게 '엄마 성 물려주기'를 추천하겠냐는 말에 정씨는 "적극 추천한다"고 답한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은 사안에 대해 생각하는 순간 '내 안의 가부장'을 깰 수 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무엇보다 '아빠의 각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왜 이렇게 하려는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 있어야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엄마 성을 물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아내가 설득해 어쩔 수 없이 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며 "부부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의사결정 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가부의 이번 '부성우선주의 폐기' 방침을 들었을 때 김씨의 첫 마디는 '드디어'였다. 우리만 있는 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아직'이라는 반응도 있다. 박씨는 "사회가 바뀌고 있는 건 맞지만 기대보다 속도가 느리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아이 성을 결정하는 시점이 출생신고가 아니 혼인신고 때라는, 상식적으로 봐도 이상한데도 문제가 고쳐지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