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당했던 중국의 그 수법…또 반·디 기술 빼가기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5.12 21:04
글자크기

[MT리포트]첨단기술 세계대전, 구멍난 기술보호③

편집자주 국가 핵심기술 보호에 '경고등'이 켜졌다.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용 구동칩을 생산하는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 자본에 매각되면서다. 정부는 이 기술을 뒤늦게 핵심기술에 추가하는 절차를 밟고 있지만 이전 세대인 LCD(액정표시장치) 구동칩 기술은 보호 대상에 들어있는 등 핵심기술 보호가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20년 전 당했던 중국의 그 수법…또 반·디 기술 빼가기


"매그나칩이 중국 자본에 인수된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2002년 하이디스 매각이 떠올랐습니다."

12일 반도체업계 한 인사의 회고다. 하이디스는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부에서 분사됐다가 2002년 중국 BOE에 매각된 비운의 회사다.

당시 업계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던 하이디스의 LCD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던 하이닉스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BOE는 업계의 우려대로 투자는 뒷전으로 미룬 채 초박막 LCD(TFT-LCD), 광시야각(AFFS) LCD 등 핵심 노하우를 기술 공유라는 명분으로 빼갔고 인수 다음해인 2003년 6월 LCD 생산을 시작했다.



이 인사는 "기술력만 따지면 3류로도 인정받지 못했던 BOE가 2018년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세계 1위 LCD업체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이라며 "매그나칩 매각을 보면서 또한번 중국에 우리의 기술을 고스란히 갖다바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매그나칩 매각을 두고 중국 반도체업계가 M&A(인수·합병)를 통한 기술 빼가기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안 자본력을 앞세운 편법적인 인재 빼가기에 열중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의 견제에 부딪히자 합법적인 M&A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산업 자체가 고도 기술 집약적인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에서 M&A는 단기간에 성장의 토대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 꼽힌다. 다른 업종과 달리 반도체 시장에서 유독 M&A를 두고 각국이 반독점심사 등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년 전 당했던 중국의 그 수법…또 반·디 기술 빼가기
중국은 제14차 5개년 경제·사회 개발 계획에 반도체 굴기(일어섬)를 포함시키는 등 미국 주도의 반도체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 핵심 사업으로 추진했지만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부적으론 도산하는 반도체 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이 반도체 육성에 목을 매는 것은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반도체 패권 확보가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견제를 주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2월 반도체 공급망 검토를 개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의 반도체 M&A 시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업계 한 인사는 "중국 입장에서는 별다른 방도가 마땅치 않다"며 "한국과 대만의 중견업체를 상대로 인수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국내 반도체 중소기업과의 제휴를 명목으로 기술 확보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 등에서 국내 업체와의 제휴 확대를 시도하는 것으로 안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달콤한 유혹"이라고 전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은 장기적인 국내 관련 업체에 위협이 될 조건은 충분히 갖춘 상황"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좀더 공격적인 기술투자로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