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반도체업계 한 인사의 회고다. 하이디스는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부에서 분사됐다가 2002년 중국 BOE에 매각된 비운의 회사다.
당시 업계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던 하이디스의 LCD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던 하이닉스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BOE는 업계의 우려대로 투자는 뒷전으로 미룬 채 초박막 LCD(TFT-LCD), 광시야각(AFFS) LCD 등 핵심 노하우를 기술 공유라는 명분으로 빼갔고 인수 다음해인 2003년 6월 LCD 생산을 시작했다.
매그나칩 매각을 두고 중국 반도체업계가 M&A(인수·합병)를 통한 기술 빼가기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안 자본력을 앞세운 편법적인 인재 빼가기에 열중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의 견제에 부딪히자 합법적인 M&A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반도체 육성에 목을 매는 것은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반도체 패권 확보가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견제를 주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2월 반도체 공급망 검토를 개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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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의 반도체 M&A 시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업계 한 인사는 "중국 입장에서는 별다른 방도가 마땅치 않다"며 "한국과 대만의 중견업체를 상대로 인수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국내 반도체 중소기업과의 제휴를 명목으로 기술 확보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 등에서 국내 업체와의 제휴 확대를 시도하는 것으로 안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달콤한 유혹"이라고 전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은 장기적인 국내 관련 업체에 위협이 될 조건은 충분히 갖춘 상황"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좀더 공격적인 기술투자로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