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울버린처럼?…찢어져도 원상복구되는 신소재 개발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21.05.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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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부경대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자기치유 소재를 반으로 자른 후 다시 붙이는 모습. /사진=한국화학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부경대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자기치유 소재를 반으로 자른 후 다시 붙이는 모습. /사진=한국화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실온에서 절단돼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자기치유 소재를 개발했다. 소재 강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후 폴더블 전자기기, 의류, 타이어 등 소재로 상용화될 경우 제품 수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부경대 공동연구팀은 10일 단단하고 질기면서 자가치유 능력이 좋은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자기치유 소재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피부처럼 외부 마찰이나 충격으로 손상을 입은 고분자가 스스로 결함을 감지하고, 자신의 구조를 복구해 원래 기능을 하는 지능형 재료를 말한다. 영화 '데드풀', '울버린' 주인공이 총이나 칼로 공격을 받은 뒤에 스스로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자가치유 소재는 롤러블·폴더블 스마트폰, 의류, 신발, 타이어, 자동차 등에 적용될 경우 제품 수명을 늘릴 수 있어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하지만 실제 상품에 적용할 수 있는 소재 강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연구팀은 외부 충격을 받으면 수소결합을 형성해 단단해지고 충격이 없을 때는 수소 결합을 하지 않아 말랑해지는 특수한 카보네이트 화합물을 통해 자가치유 소재의 강도를 높였다.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물질의 분자 결합이 견고해지면서 단단한 결정(크리스탈)으로 변해 충격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고, 충격 후에는 분자 이동이 자유로운 부드러운 상태로 돌아가 손상을 스스로 회복하는 원리다. 외부 충격 여부에 따라 화학물질이 변하는 현상을 소재에 적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가치유 소재 구조도. /사진=한국화학연구원자가치유 소재 구조도. /사진=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의 인장강도(소재를 당겨 끊어질 때까지 들어가는 힘)는 43MPa(메가파스칼) 이상으로 측정됐다. 이는 신발 밑창으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소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연구팀이 2018년 개발한 자기치유 소재보다 6배 높은 강도를 나타냈다. 일본의 도쿄대학교, 이화학연구소가 세운 자가치유 소재 인장강도 최고기록(20~30MPa)도 뛰어넘었다.

연구에 참여한 오동엽 화학연 박사는 "개발된 소재를 적용할 시 롤러블·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발생하는 손상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 1월호에 게재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 박사(사진 왼쪽부터), 황성연 박사, 김선미 연구원, 박제영 박사. /사진=한국화학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 박사(사진 왼쪽부터), 황성연 박사, 김선미 연구원, 박제영 박사. /사진=한국화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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