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양양 서피비치·속초 칠성조선소·강릉 위크엔더스 가보니…
군사제한구역에서 이국적인 '힙플레이스'로
서피비치는 원래는 이름 없던 해변이었다. 2015년 박 대표 등이 40년간 출입이 통제됐던 양양 하조대 근처 군사제한구역의 공유수면점유 사용허가를 얻어 시작했다. 전체 1㎞에 달하는 해변 중 300m를 사용 중이다. 허가를 얻는 일부 해변을 제외한 양옆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박 대표는 "청년들은 좋은 사업기회를 얻을 수 있고, 서피비치는 방문객들한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윈-윈'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파라솔, 튜브 등 획일적인 여름 해변에서 벗어난 새로운 즐길거리가 있는 해변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3대째 이어온 칠성조선소, 청초호 대표 관광지 '탈바꿈'
청초호 주변에는 6.25 전쟁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피난민들의 터전이 있었다. 칠성조선소도 그 중 하나다. 초대 창립자 최칠봉 씨가 함경남도 원산에서 피난을 내려와 처음 문을 연 1952년부터 3대째 이어 2017년까지 65년간 운영했다. 탁 트인 3300㎡(약 1000평)에 달하는 조선소 부지는 전성기 때 규모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조선소의 역사를 고스란히 손자 부부인 최윤성·백은정 와이크래프트보츠 대표(사진)가 이어받았다. 배를 만들고 수리·해체하던 공간을 전시관으로 개조하고, 나무를 제련하던 야외 공간을 어린이 놀이시설(플레이스케이프)로 바꿨다. 숙소는 북살롱으로, 레저용 선박을 건조하던 공장은 카페로 꾸몄다. 실제 건조된 소형 고기잡이배나 배 인양을 위한 크레인 등 기존 조선소 시설은 그대로 보존했다. 잊혀졌던 조선소는 주말이면 평균 3000~4000명, 연간 40만명이 방문하는 장소가 됐다.
'힐링' 여행지 된 여인숙 '위크엔더스'
여느 숙박업소와 다른 점은 겉모습뿐이 아니었다.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강릉의 바다와 자연을 활용한 '리트릿(retreat)' 체험 프로그램이 유명했다. 투숙객들이 바쁜 도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고안한 일종의 '패키지' 서비스다. 1박2일로 머물면서 강릉 숲에서 명상을 하고, 바닷가에서 서핑과 요가를 한다. 식사 때는 함께 모여 강릉 지역 음식을 먹는다. 조식에 제공되는 두부 스프레드는 강릉 초당두부를 활용해 직접 개발했다. 한 번 맛 본 사람들이 사고 싶다고 해서 올해는 별도 상품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위크엔더스에서 만난 염승식·한귀리 위크엔더스 공동대표는 강릉 사람들이 아니었다. 염 대표는 서울 홍대 유명 록밴드 '게이트 플라워즈'와 '전인권 밴드'의 기타리스트, 한 대표는 잘 나가는 방송국 PD였다. 이들은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서핑을 즐기다가 2년 전 아예 정착했다.염 대표는 "그동안 여러 여행지에서 겪었던 경험을 녹여 공간과 리트릿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주말마다 바다에 오고 싶어하는 도시인들을 위한 힐링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지역 창업가들은 개인사업자에서 출발해 점차 지역 사회와 산업을 혁신하는 로컬벤처로 거듭나고 있다"며 "유명 관광지를 운영하는 개인에 그치지 않고 확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투자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해 말 소풍벤처스와 손잡고 강원 지역 로컬벤처 등에 투자하는 32억원 규모 '임팩트 로컬 투자조합(펀드)'을 결성했다. 강원 지역 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와 규제자유특구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달부터 서피비치 등 강원 지역에 로컬벤처들에 투자를 집행했다.
강원 소상공인의 재발견…"로컬벤처 투자 원년 될 것"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인터뷰/사진=이민하기자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사진)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올해는 '제2 벤처붐'이 지역의 로컬벤처 투자로 이어지는 원년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로컬벤처는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자발적으로 생겨난 창업기업이다. 속해 있는 지역의 여러 문제를 혁신적인 방식과 아이디어로 해결하려는 역할을 한다.
한 센터장은 "이전에는 지역 소상공인으로 불렀던 개인사업자들한테서 기업 형태인 로컬벤처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며 "지난해 80만명이 다녀간 양양 서피비치나 50만명 이상이 몰린 속초 칠성조선소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로컬벤처는 정부에서 지정한 '로컬 크리에이터'와 비슷하지만 확장된 개념이다. 한 센터장은 "로컬 크리에이터가 창업자 개인에 초점을 맞췄다면 로컬벤처는 지역 창업가 개인의 성공 뿐 아니라 기업으로서의 성장성이나 확장성에 집중한 개념"이라며 "용어만 바뀌는게 아니라 육성·투자 방식도 기업으로서 규모를 키우는 데 필요한 지원과 파급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이 로컬벤처 단계로 넘어가려면 투자를 통한 '스케일업'이 필수라고 한 센터장은 말했다. 그는 "지역 창업자들이 투자를 통해 스케일업의 계기를 찾지 못하면 여느 소상공인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정부나 지자체도 보조금 위주의 기업지원에서 벗어나 직접 투자펀드를 만들고 지역 대표 로컬벤처를 키워내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로컬벤처에 관심을 갖는 임팩트 투자자가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강원혁신센터는 지난해 말 소풍벤처스와 강원지역 로컬벤처 등에 투자하는 임팩트 로컬 투자조합(펀드)'을 결성했다. 결성 규모는 32억원이다.
로컬벤처 투자의 접근방식은 일반적인 투자와 다르다. 한 센터장은 "한 기업의 성장성을 평가한다는 점에서는 원칙적으로 다를 게 없지만, 해당 '지역성'을 충분히 감안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대개 특정 공간이나 장소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간자산의 획득과 개발이 기업가치를 키우는데 매우 큰 변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강원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유·무형 문화 콘텐츠, 식음료(F&B), 관광·레저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다. 강원혁신센터는 2016년부터 창의적인 지역 창업자를 발굴·지원하는 사업을 해왔다. 2019년부터는 네이버의 지원을 받아 초기(시드 단계) 투자를 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어 매년 3~4개의 기업에 3000만~5000만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중이다. 한 센터장은 "올해는 소풍벤처스와 결성한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6~7개의 기업에 초기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강원도청이 10억원의 종잣돈을 마련해 결성·운영하는 벤처펀드에도 참여, 매년 10개 넘는 로컬벤처에 투자할 것"이리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