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지재권 두고 갈등…美 유예 찬성, 독일·스위스는 반대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1.05.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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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특허 아닌 생산력·품질기준이 생산 제약 요소"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3일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 코로나19 백신 보관소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분주하고 있다. 2021.5.3/뉴스1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3일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 코로나19 백신 보관소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분주하고 있다. 2021.5.3/뉴스1


미국이 지지한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면제 방안에 독일이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지재권 보호는 혁신의 원천으로 미래에도 유지돼야 한다"면서 백신 지재권 면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해제하자는 미국의 제안은 백신 생산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현재 백신 생산을 제약하는 요소는 생산력과 높은 품질기준이지 특허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 지재권의 일시적 유예에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유럽연합(EU)을 주도하는 국가인 독일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이 백신 지재권 면제에 반대하면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미국과 독일 간에 '심각한 균열'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이번 일로 인해 양국이 속한 주요 7개국(G7) 관계가 틀어지고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관련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백신 지재권이 면제되려면 WTO 164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미국의 백신 지재권 면제 찬성 소식이 들려오자,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지재권 면제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자국 정부에 검토를 지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EU가 지재권 면제를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도 찬성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독일과 스위스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EU 회원국이 아닌 곳 중에서는 스위스가 지재권 유예에 반대 입장이다. 6일 스위스 연방 국가경제사무국(SECO)은 "WTO의 틀 내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하는 데 열려있다. 스위스는 이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새로운 제안을 평가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고려하고 있는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 많은 의문점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의 입장이 이 같이 극명히 갈리는 데에는 '백신을 둘러싼 이해관계' 때문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백신 개발에 실패한 반면 독일 기업인 바이오엔테크는 미 제약사 화이자와 함께 세계 최초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상용화했다.

독일 큐어백도 다음주중 자사의 mRNA 기반 백신에 대해 대규모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이미 EU 당국에는 사용승인 신청을 냈다.

스위스 또한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로슈를 보유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큐어백이 개발 중인 백신을 지원한다. 로슈는 mRNA 원료물질 생산과 관계가 깊다.

일각에서는 지재권 면제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생산설비에서 백신을 최대치로 만들어내는 상황인 만큼 지재권을 면제한다고 해도 생산량이 대폭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백신 특허를 풀어주는 것에 더해 '생산비법', 즉 제조기술까지 공개해야 생산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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