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며 전화하네" 투신 신고 장난전화 취급…손배책임 없다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2021.05.0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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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한강 투신 후 생존한 상태에서 119에 구조요청을 한 뒤 사망한 여성의 유족이 소방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유족은 "소방당국이 신고 전화를 장난전화로 의심해 진지하게 구조하지 않아 딸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소방당국의 법령위반행위는 있었지만 사망과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부장판사 이원석)는 사망한 A씨 아버지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2억68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A씨는 2018년 11월 새벽 극단적 선택을 하고 한강으로 투신했다. 그러나 A씨는 생존했고 투신 후 5분여가 지난 후 119에 전화해 구조요청을 했다. 신고접수 1분 12초 뒤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관들은 A씨와 통화를 시작했으나 1분 30초 후부터 A씨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현장 수색에 나선 소방관들은 A씨를 발견하지 못했고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실패하자 11분 만에 현장에서 철수했다. A씨는 3일 뒤 한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A씨 아버지는 "소방서에서 딸의 신고를 장난전화로 여겼다"며 "조기에 수색을 종료하고 CCTV도 제대로 관찰하지 않아 딸이 사망하는데 기여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소방관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종합상황실 접수요원이 A씨와 통화하며 '뛰어내렸는데 말은 할 수 있냐', '뛰어내린 거냐, 뛰어내릴 거냐'고 묻는 등 신고를 의심하는 듯한 통화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접수요원이 출동지령 후 투신시간과 위치, A씨의 상태 등 구조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지는 않고 '한강에서 수영하면서 전화까지 하는 거 보니 대단하다'는 등의 비꼬는 이야기를 했다고 인정했다.

종합상황실 관제요원도 현장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연락체계를 유지하는 등 역할을 해야 하지만 추가정보를 접수요원에게 확인하지 않았고, 접수요원으로부터 들은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현장의 혼선을 초래했다고도 지적했다.

또 관제요원이 출동지령 후 10분이 지나서야 위치추적을 하고, 위치추적에 실패하자 현장 지휘권한이 없는데도 철수를 명령해 익사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 범위를 넓혀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11분 만에 수색을 중단하게 만드는 데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소방대원들의 법령위반행위가 없었다면 A씨가 사망하지 않았을 거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투신 후 5분 30초가 지난 상태에서 신고를 했고 당시 물의 속도를 고려하면 투신위치에서 상당히 이동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위치추적이 신속하게 이뤄졌더라도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려워 실시간으로 변하는 A씨 위치를 파악해 구조할 수 있었을 거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출동대원과 통화를 하던 중 전화가 끊긴 시점에 이미 의식을 잃고 곧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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