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보다는 '레토릭'…민주당 강경파의 '유체이탈 발언'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1.05.08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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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읽어주는 기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2021.5.2/뉴스1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2021.5.2/뉴스1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유체이탈 화법'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위치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기보다 '정치적 레토릭(수사)'을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용민 "공직자는 명예훼손 피해자 될 수 없다"? 유체이탈 논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기소는 검찰권 남용"이라며 "유 이사장에 대한 대선 출마가 언급되는 현 시점에서 기소가 이뤄졌다는 사실에서 검찰의 정치적인 의도가 의심된다. 하루 빨리 검찰개혁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노무현재단 주거래 은행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려 한동훈 검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김 최고위원은 "정부와 국가기관은 업무수행과 관련해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고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점에 비춰 보면, 검찰의 기소는 검찰권 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당장 유체이탈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최고위원 스스로 자신을 "조국 똘마니"라고 표현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겨냥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진 전 교수를 고소하면서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거나 모욕적이고 불쾌하게 느껴지도록 표현하는 등 인격권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었다.



'검사'인 한 검사장에게 '국회의원'인 자신이 했던 것과 정 반대되는 잣대를 둔 것이다. 이를 두고 진 전 교수는 '신동아' 칼럼을 통해 "본인은 자기를 좀 비판했다고 시민 진중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았던가. 국회의원 개개인은 국가의 입법기관 아닌가"라며 "그저 직업이 검사라고 해서 허위사실로 그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해도 되는가. 그런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남국도 '유체이탈'.."민주당이 조국 수호한 적 없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또 다른 여당 강경파 김남국 의원도 이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 지난달 그는 라디오에 출연해 4.7재보궐선거 참패 이유를 분석하며 "민주당이 '조국 수호'를 외쳤던 것은 아니었고, 민주당은 눈치 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당 대표, 원내대표, 그리고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나서 '조국 수호'에 총력전을 편 점을 고려할 때 유체이탈이라는 말이 나온 발언이었다. 김 의원 역시 서초동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조국 수호'를 외쳤던 장본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유체이탈의 강도가 더 크다.


세월호도 "진실을 모른다" 반복…"지금까지 뭘 한 것인가"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일 당시 여당 의원들의 발언도 비판을 받았다. 박주민 의원은 성명서에서 "7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는 그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해 보인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 역시 세월호 참사 당시 단식을 하던 시절의 사진을 게재하며 "아직도 진실을 모른다. 꼭 진실을 찾겠다"고 글을 남겼다.

반응은 싸늘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4년, 총선에서 180석을 획득한지 1년이 지나는 동안 진상규명 성과를 못 낸 '책임'을 회피하는 유체이탈 발언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여당에서 팬덤을 몰고 다니는 두 의원이지만, 페이스북에는 비판적 시각의 댓글이 많았다. 박 의원 게시글에는 "마음만 먹었다면 지난 1년간 어떠한 성과라도 보여줬을 것이다. 내년 4월16일에도 진상규명 반드시 하겠습니다라고 할 판"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정 의원 게시글에서는 "4월 16일에 또 다시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있으니까 선거에 지는 것이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힐 계획을 공표해달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엄지손가락을 받았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단 하루의 시간도 낭비할 수 없다는 비장한 결의가 7년, 4년, 1년이 지나간 이 시점에서 왜 그리 미덥지 못할까.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한 것인가"라며 "올해 4월16일에는 작년 말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던 유가족에게 적어도 사과 성명을 내야 하는 게 인간된 도리 아닌가"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사진=정청래 의원 페이스북/사진=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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