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서 밉지 않은 관종 언니, 이지혜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05.06 15:06
글자크기
사진출처=방송캡처 사진출처=방송캡처


어린 시절부터 ‘솔직하라’고 배우지만, 사회생활에 있어 솔직함은 마치 ‘셀프 약점 고백’으로 치부된다. 오히려 ‘적당히 숨길 줄은 알아야’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평가받는다.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지만, 과하지 않은 솔직함과 적당한 숨김 그 사이 적절함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솔직함의 적정선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고, 누구도 이에 대한 적확한 기준은 알려주지 못한다. 여기서 적당함이란 ‘나’가 아닌 ‘내가 놓인 환경’을 적정선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관건이며, ‘사회적인 솔직함’을 유지해야만 ‘미움받지 않는 솔직함’이 가능하다.

대중의 관심이 인기의 척도가 되는 연예인에게도 ‘적당한 솔직함’이 요구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궁금해하고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일이 늘어나는 만큼, 연예인에게 있어 관종력(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은 당연한 조건이다. 하지만 관심을 바라는 속내는 드러내지 않는 게 미덕이다. 우리 일상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삶이란 걸 보여주길 대중은 바란다.



대중의 엄격한 잣대, 어쩌면 까탈스러운 ‘적당함’의 값을 제대로 아는 듯한 이가 있다. 분명한 '관종'(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큰 사람)임에도 밉지 않고, 내게 남은 관심마저 그에게 몰아주고 싶어지는, 샵 출신 가수이자 DJ 그리고 배우이자 유튜버 이지혜다.

1998년 그룹 S#ARP(샵)의 리드보컬로 데뷔한 그는 청량한 음색, 시원한 고음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2년 팀 해체 후 공백기를 겪은 그는 솔로 가수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룹 활동 당시만큼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샵 노래 속 이지혜의 목소리는 익숙했지만, 차가워 보이는 인상과 높은 톤으로 던지는 듯한 말투가 대중의 호감을 이끌어내긴 쉽지 않았던 탓이다.



생활고까지 겪으며 버틴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방송인 김신영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정오의 희망곡’에 매주 고정 출연하면서다. 편안한 목소리와 살아있는 입담, DJ 김신영과의 티키타카가 청취자를 사로잡았다. 이후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하나 둘 들어왔고, 2018년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인 ‘오후의 발견 이지혜입니다’를 통해 정식 라디오 DJ로도 데뷔했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사진출처=방송캡처
특히 2019년 8월 막을 올린 그의 유튜브 채널 ‘밉지 않은 관종 언니’는 이지혜에게 ‘또 다른 전성기’를 선사했다. 남편 문재완 씨, 딸 태리와 함께하는 행복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채널을 개설했다는 그는 1인 다 역의 ‘이지혜 일상’을 공유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고충과 무럭무럭 자라는 태리의 모습, 방송국이 일터인 사회인으로의 생활은 물론 둘째 유산이라는 아픈 소식도 이 채널을 통해 전했다. 남편과의 첫 만남부터 결혼 결심 배경까지도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그의 솔직한 소통은 꾸준한 구독자 증가로 이어졌고, ‘밉지 않은 관종 언니 이지혜’라는 완벽한 수식어를 남겼다. 문재완 씨와의 현실적이면서도 귀여운 결혼 생활은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출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관종 언니’ 이지혜는 자신의 별명에 만족한다.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사람의 본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오의 희망곡’ 출연 당시 김신영이 붙여줬다는 이 별명만큼이나 자신을 잘 표현하는 말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채널명으로도 붙였단다. 다만 관종 언니 앞에 붙는 ‘밉지 않은’이라는 수식어처럼 보기 불편한 관종이 되지 않기 위해, 미움을 사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한다고. 아마도 가장 어려운 중간지점, ‘적당히’를 찾기 위해 노력을 이어가는 듯하다.

과거 연예인은 멀리 떨어진 별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일상생활은 비밀에 부쳐야 하고, 방송을 통해 일방적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이 전부였던 시기가 있었다. 이 같은 시대에 데뷔했지만, 소통이 트렌드가 된 지금까지 활동 중인 이지혜는 대중이 원하는 바를 똑똑하게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개인 SNS를 통해, 유튜브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나누는 중이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사진출처=방송캡처
유쾌함도 솔직함도 ‘적당함’이 필요한 사회에서 미움받지 않는 관종으로 오히려 사랑받고 있는 이지혜. 20년 넘는 연예계 생활 속 지나온 힘들었던 시간, 이를 통해 쌓은 용기가 자신의 못난 부분을 돌아보게 했단다.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 보여줄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가수 이지혜의 목소리를, DJ 이지혜의 진행력과 공감력을, 유튜버 이지혜의 다양한 매력을(+ 큰태리, 작은태리) 좋아하는 팬으로서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시를 읊어 보련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조이음(칼럼니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