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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는 왜 인도에서 쫓겨났을까…'게임의 정치학'[인싸IT!]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1.05.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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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게임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다 국내에서만 어느덧 연간 매출 15조원을 넘는 거대 산업군으로 성장했다. 미래 세계를 설명하는 '메타버스'(Metaverse)의 당당한 한 축으로 게임이 꼽히기도 한다. 게임하는 아이들을 향한 '나중에 커서 뭐가 될래?'라는 말은 정말 큰일 날 소리가 됐다.

높아진 게임의 위상 만큼 엉뚱한 이슈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각국의 정치외교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게임이 퇴출되는 등 각종 분쟁에 휘말리는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만큼 국제 정치에 영향을 받는 산업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쫓겨난 배틀그라운드, 중국 게임에서 삭제된 버버리
배그는 왜 인도에서 쫓겨났을까…'게임의 정치학'[인싸IT!]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서비스를 공식 종료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하 배그)이 대표적 사례다. 배그는 펍지(PUBG)가 개발한 게임이지만, 모바일 버전은 IP(지식재산권)로 중국 기업인 텐센트와 공동 개발했다. 한국과 일본은 펍지가 퍼블리싱(유통)을, 그외 국가는 텐센트가 퍼블리싱을 맡았던 것이 화근이 됐다.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던 인도는 전격적으로 텐센트를 퇴출했고, 인도 내 이용자가 3300만명에 달하던 배그 모바일도 함께 쫓겨났다. 퍼블리싱을 펍지가 이어받아 서비스 재개를 시도했지만 아직도 별다른 소식은 없다. 이는 펍지 지분 100%를 소유한 크래프톤의 상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국에서도 중국과의 갈등이 게임을 통해 표출됐다.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인권 문제가 국제 사회의 눈총을 받는 가운데 영국의 대표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 텐센트는 즉각 자사의 인기 게임 '아너오브킹스' 캐릭터 착용 의상에서 버버리를 삭제해버렸다.

한복은 중국 의복? 꽉 막힌 판호에 '문화공정' 압박까지
청나라 황실 배경 중국 모바일게임에 등장한 의복을 두고 '한복'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모바일게임 '후궁의 법칙' 캡처청나라 황실 배경 중국 모바일게임에 등장한 의복을 두고 '한복'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모바일게임 '후궁의 법칙' 캡처
게임을 사이에 둔 중국과의 갈등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판호'(허가증)가 막히며 국내 게임 업계가 입은 피해는 최소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게임은 국내에 아무런 제한 없이 들어왔다.

최근에는 중국의 게임이 한복을 고유의 문화로 소개하는 '문화공정' 갈등이 한창이다. 최근 국내 출시된 중국 모바일게임 '후궁의 법칙'에는 청나라 황실 캐릭터가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 이용자들은 한복을 중국문화 일부로 보이려는 의도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국내 출시한 '샤이닝니키'에서는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의상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중국 이용자가 이를 두고 '한복이 아닌 명나라 의상 한푸(漢服)'라고 항의하고 한국 이용자들이 이에 반발하자, 샤이닝니키는 한복 의상을 삭제하고 한국 서버에서 철수했다.

이달 초 중국 중앙선전부가 '판호' 기준으로 내놓은 '게임 심사 평점 세부규칙'은 이런 우려를 더 키운다. '문화적 의미'라는 평가 항목을 담아 중화 우수 문화 전파 또는 확산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한복이나 갓을 두고 자칫 중국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국내 게임 업계의 불안감이 읽힌다.

중국 게임시장 40조원 '세계 최대' 규모…게임 특수성에 쉽게 희생양 되기도
게임 업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게임산업 규모는 지난해 기준 40조원에 달하고, 이용자만 6억7000만명에 이른다.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시장을 보유한 중국이 중화사상을 앞세워 각국 게임사에대한 압박에 나서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국내 게임 업계에도 중국 자본은 깊숙이 침투해있다. 텐센트는 △액트파이브 △로얄크로우 △라인게임즈 △앤유 등 국내 게임사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진행했다. 국내 대형 게임사 넷마블의 3대 주주이며 크래프톤의 2대 주주기도 하다. 이를 두고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묻었다'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게임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확장성이 역설적으로 정치적 상황에 취약한 것으로 본다. 언어나 국경 등의 장벽이 낮아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지만, 문화적 영향력이 큰만큼 제재도 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 산업의 역사 자체가 길지 않다보니 정치판에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제재를 한다"며 "중국에서도 판호를 통해 자국 게임을 지킨다고 하면서 내부적으로 제재가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형섭 게임학 박사는 "게임은 콘텐츠 산업 가운데서도 규모나 문화적 영향력이 큰 편"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도 과거 우리가 일본 문화를 막았듯이 자국민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두려워 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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