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수백억 적자…금융지원도 감감…'시한부' 계속되는 저가항공사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1.04.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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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올해에도 '코로나19(COVID-19)'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분위기다. 화물운송을 버팀목 삼아 흑자를 내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제대로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사업영역이 전무한 상태여서다.

지속된 적자 상황을 버티려면 현재로서는 유상증자 등 외부 자금조달 외에는 방도가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실적 악화가 이어진 올해의 경우 이같은 방안도 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정부의 금융지원 역시 구체화되지 않아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주요 LCC들은 내달 초중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제주항공 650억원, 진에어 423억원, 티웨이항공 314억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비롯해 신생 항공사인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도 모두 적자 지속이 유력하다.

단순 전망치만 보면 적자 수준은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분기 65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같은 기간 각각 313억원, 223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그때보다 부채비율은 더 높아진 상황이라는게 문제다. 적자 행보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줄어든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기준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438.9%,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각각 467.4%와 503.6%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LCC들은 지난해말부터 무착륙관광비행을 새로운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다. 기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국제선 운항이 여전히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았지만 사실상 수익성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LCC 관계자는 "기내 면세품 판매가 사실상 주수익원인데 대부분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다보니 큰 의미가 없다"며 "쉬는 항공기를 운항해 변동비용을 다소 줄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선 역시 마찬가지다. 저가인 LCC 특성상 코로나 이전에도 수익이 잘 나지 않은데다 점유율 확보를 위한 출혈경쟁은 더욱 격화되면서다. 이미 주요 항공사들의 제주행 편도 항공권은 1만원대로 내려간 상태다. 최근 운항에 나선 에어로케이의 경우 청주-제주 노선 편도 항공권을 30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문제는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다고 해도 곧장 탑승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에어로케이 제주편 노선의 탑승률은 2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LCC 한 관계자는 "가격이 아무리 저렴에도 승객들의 신뢰도가 낮으면 선택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할인으로 항공사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글로벌 항공운송 공급량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항공정보업체 OAG에 따르면 지난 2월 2억석(좌석) 수준인 글로벌 공급량은 올해 7월까지 4억5000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LCC 업계에서는 이와 별개로 근거리 주요국과의 국제선 노선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익 개선은 요원하다고 본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일본, 중국 등과의 노선 및 수요 회복이 관건"이라며 "백신 수급이 어떻게 될지 몰라 당장은 향후를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현 상황에서는 외부 자금조달이 경영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지만 이마저도 점차 쉽지 않다. LCC들은 지난해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일부 수혈해오고 있지만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증자 역시 성공적인 시행이 어렵다는 전망이다.

기대를 걸었던 정부의 LCC지원 역시 전혀 진척되지 않아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LCC에 약 2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은 바 있다. 한 LCC 관계자는 "그 이후로 전혀 진행되거나 전달 받은 사항이 없다"며 "무착륙비행 허가를 내준 것만으로 생색내는 분위기"라며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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